가오싱젠 희곡 국내 첫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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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겸 극작가 가오싱젠(高行健·사진)의 희곡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창단 14년의 중견 극단 반도(대표 주요철)는 가오싱젠의 초기 작품인 '절대신호'를 30일~9월 22일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번역과 연출은 주요철씨가 맡았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물열차의 탈취 음모에 가담하는 허이즈의 사랑과 부조리한 중국의 현실 등을 다루었다.

가오싱젠은 1940년 중국의 장시(江西)성에서 출생, 문학활동을 하다 작품이 판금조치당하는 등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이에 저항해 87년 중국을 탈출한 그는 이듬해 정치적인 난민 신분을 인정받아 프랑스에 정착했다.

'절대신호'는 고국을 등지기 전인 82년 베이징(北京)의 베이징 인민예술극원에서 초연됐다. 가오싱젠의 12번째 희곡이지만, 처음 상연된 것이어서 사실상의 데뷔작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이 작품의 공연은 막강한 리얼리즘의 전통이 지배하는 중국 연극계에서는 혁명적 사건이었다. 이후 '중국 최초의 실험연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 작품은 해방 이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중국 현대 희곡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주요철씨는 "악조건 속에서도 불굴의 창작의지를 불태운 가오싱젠의 정신을 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간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은 우리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활동이 뜸했던 반도는 7년 만에 새 출발을 한다. 이승호·김명천·이승찬·박지오·최재원 등 출연.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30분·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6시, 월 쉼. 02-745-8833.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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