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헬기 타고 도쿄 시내 둘러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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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김현희가 22일 도쿄 조후 공항에서 헬기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은 경호원등에 둘러싸인 김현희 옆모습. [지지통신 제공]

일본인 납북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시게루(滋·77)와 어머니 사키에(早紀江·74)는 22일 기자회견에서 “21일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씨와의 만남에서 메구미와 관련된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메구미 부모의 첫 만남은 21일 밤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별장에서 4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김씨는 메구미 부모에게 “구체적인 시기는 기억하지 못하나 메구미와는 (북한에서) 딱 한 번 만나 메구미가 만들어준 부침개를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메구미는 고양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으며 주위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했다”며 “(북한은 메구미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동료 공작원 김숙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메구미는 자신의 화장품을 사지 않고 절약한 돈으로 (김숙희 공작원에게) 양복이나 가방을 선물해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사키에는 “일본에 있을 때 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데려와 우유를 주던 메구미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북한과 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메구미가 모두를 즐겁게 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면담이 끝난 뒤 헤어지면서 “메구미는 분명히 살아 있다”며 사키에와 한동안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사키에는 “우리가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메구미의 안부)은 (김씨가) 모르고 있었지만, 김씨로부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별장을 떠나 도쿄 외곽의 조후(調布)비행장에서 헬기로 갈아 탄 뒤 도쿄 인근 상공을 둘러봤다. 이는 방일 전 김씨가 “나에게는 이번 일본 방문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여행도 해 보고 싶다”고 희망한 데 따른 것이라 한다. 이어 김씨는 도쿄의 한 호텔에서 다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한 후 도쿄 모처에 묵었다.

한편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1986년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밝힌) 납북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북한명 이은혜)씨가 6, 7년 전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는 정보를 접했다”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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