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당한 여대생 범인 CCTV로 유도 … 얼굴 녹화돼 잡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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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5일 오전 6시30분쯤 서울 혜화동의 한 호프집 앞. 여대생 A씨(21)는 남자친구와 술을 마신 뒤 먼저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뒤따라 나오겠다던 남자친구는 호프집 탁자에서 잠이 든 상태였다. 그 사이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A씨에게 다가왔다. 그는 A씨를 다짜고짜 골목 안쪽에 있는 고시원 건물 2층 계단으로 끌고 갔다. 발버둥치는 A씨를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그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뒤 A씨는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면서도 ‘범인을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문득 편의점에 24시간 촬영이 되는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저 남자의 얼굴이 CCTV에 찍힌다면 분명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A씨는 “편의점에서 휴지를 사다 달라”고 말했다.

주먹에 맞아 코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것을 본 남성은 미안한 기색을 보이며 A씨와 함께 70m쯤 떨어진 편의점으로 갔다. CCTV엔 남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다. 범인이 떠난 뒤 A씨는 서울 안암지구대에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성폭행범의 ‘얼굴’을 확보한 경찰은 A씨에게서 훔쳐간 스마트폰을 위치 추적했다.

성북경찰서는 사건 당일 오후 성북구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이모(22)씨를 붙잡아 강도강간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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