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崔' 누가 이름값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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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농구 SK 나이츠 최인선 감독과 모비스 오토몬스 최희암 감독.

두 최감독의 과거는 화려했다.

최인선 감독은 기아(현 모비스)·SK 나이츠를 거치면서 최다 우승·프로 최다승(1백88승)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오토몬스로 옮긴 최희암 감독은 연세대에 16년간 머물면서 농구대잔치 우승을 포함, 4백승 가까이를 올렸다.

이 놀랄 만한 업적이 폄하되기도 한다. "호화 멤버를 데리고 우승하지 못할 감독이 어딨느냐"는 시각이다. 최인선 감독은 허재·강동희·김유택 등 중앙대 후배와 서장훈, 최희암 감독 역시 좋은 선수들 덕분에 이룬 업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을 '운 좋은 감독'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두 사람의 진짜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2002~2003 시즌이 그 무대다.

최인선 감독은 4강 보증수표 서장훈을 삼성 썬더스로 보냈으며 최희암 감독은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팀 간판 강동희·김영만을 내보내고 자신의 제자 오성식·우지원을 데려왔다. 팀 재정비 이후 농구계에서는 나이츠와 오토몬스의 객관적 전력을 10개 팀 중 잘해야 7위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두 감독은 올 시즌이 위기이면서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인선 감독은 "2000년 말 서장훈 부상시 더 좋은 성적을 냈다"며 "선수에 따라 쓸 수 있는 작전이 많다"고 했다. 최감독은 허재를 벤치에 앉히기도 했고 현주엽을 조상현으로 바꾼 뚝심이 있다.

최희암 감독은 "좋은 선수를 데리고 성적을 못낸 감독도 많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의 온화한 미소 뒤에는 승리를 만드는 천가지 수를 숨기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두 감독 모두 "플레이오프는 가능하고 분위기를 타면 더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과거 업적이 우수 선수를 등에 업은 '거품'이었는지 진짜 실력인지 팬들은 올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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