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脫北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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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일 오전 4시쯤 서해 공해상을 거쳐 귀순해온 북한 주민 21명은 두달 전인 지난 6월부터 치밀한 탈북 계획을 짠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탈북 어선 선장 순용범(45)씨가 평안북도 선천군 수산기지에 근무하던 중 지난 6월 목선 '대두 8003호'(20t급)의 선장을 맡으면서 식량과 연료를 구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탈북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3,27면>

해경은 "荀씨는 목선에 비치된 중국산 17인치 흑백TV를 통해 남한의 풍요로운 모습을 보고 남한행을 결심하고 가족 17명, 방기복(44)씨 가족 3명, 기관장 이경성(32)씨 등 21명의 탈북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들의 탈북 동기에 대해 "荀씨는 6·25 당시 충남 논산에서 의용군으로 참전한 아버지 순종식(70)씨에게서 남쪽에 삼촌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으며 식량난 등으로 생계 유지가 어려워 남한 사회를 동경해왔다"고 설명했다.

순종식씨는 7년 전 처음으로 남한의 가족과 서신교환을 했으며, 2000년 12월 중국 단둥(丹東)에서 대전에 사는 동생 봉식(55)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타고온 선박과 관련, "북한이 북한 수역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압류한 것이어서 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장 荀씨는 사전에 어로허가서를 받아 가족을 몰래 갑판 아래 숨겨뒀다가 17일 오전 4시쯤 밀물에 맞춰 출항했다"면서 "북한 어선들은 최근 당국의 통제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어로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영진·엄태민 기자,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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