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10만원까지 오른다는데…" '카더라' 통신 돌면 상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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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929년 대공항 직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는 구두닦이가 주식을 샀다는 말을 듣고는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구두를 닦는 사람까지 주식을 살 정도면 주가가 오를 떼까지 오를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서울 증시에도 비슷한 속설이 있다.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아이를 업은 주부 열명 이상이 증권 투자설명회에 나오거나, 증권투자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이 쏟아져 나올 때는 대개 주가가 상투라는 것이다. 국내외 유명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처럼 주가가 상투인지 바닥인지를 판별하는 나름의 잣대를 갖고 있다.

주가가 바닥이거나 상투일 때 각각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지 알아본다.

◇이럴 때는 바닥=주요 애널리스트들이 '한국 증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보고서를 낼 때쯤에는 주가는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는 보고서가 쏟아져 나올 때도 바닥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주가가 바닥에서 탈출하기 시작했지만 투자의견을 낮추는 보고서가 상향조정하는 보고서보다 50건이나 많았다.

또 주요 신문의 1면에 주가 폭락 기사가 자주 등장할 때도 주가는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신문 기사를 거꾸로 활용해 큰 돈을 번 주부의 이야기가 회자되곤 했다. 이 주부는 주요 종합지 중 2개지 이상이 주가 폭락을 1면에서 크게 다루거나 낙담한 투자자들의 사진을 실으면 매수에 나서는 방법으로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손실을 견디지 못한 투자자나 증권사 직원이 자살하거나 증권사에서 횡령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 주가는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주가가 바닥이거나 상투일 때는 투자자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9·11 테러 직후 주가 바닥 국면에서 사실상 모든 전문가가 추가 하락을 걱정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 투자전략센터 이종우 실장은 "증권사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약세장 또는 횡보장을 예측하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럴 때 상투=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는 '칵테일 파티 이론'을 신봉한다. 즉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파티에서 주변 사람들이 주식 이야기를 하며 얼마를 벌었다는 자랑을 하면 주가는 상투란 것.

거꾸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펀드매니저인 자신의 직업을 걱정하거나 주식투자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으면 주가는 바닥이란 것. 피터 린치는 "칵테일 파티 이론 이외에 주가 움직임을 예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앞다퉈 상향조정하면 주가는 여지없이 상투였다. 실제 2000년 1월 이후 주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 4월에는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는 기업분석 보고서가 쏟아져 나왔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항상 주가를 확인한 뒤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의 속성상 뒷북치는 보고서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펀드에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때도 주가는 상투일 때가 많았다.종합주가지수가 900~1,000선을 오갔던 1999년 7~12월에 성장형 펀드(주식편입비율 70% 이상 펀드)의 수탁고는 40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주요 신문 1면에 주가 급등이란 기사가 일제히 실리거나 경제면이 아닌 사회면에 '주가상승으로 여의도 축제분위기'란 내용의 기사가 실리면 상투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희성·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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