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빠진 '슬픈 연가' 순항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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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 빠진 '슬픈 연가'는 어떤 모습일까.

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MBC 수목 드라마 '슬픈 연가'(20부작)의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제작진은 지금껏 찍은 내용 중 5회분을 편집, 30분 분량을 공개했다. 관심은 군입대로 출연이 취소된 송승헌의 '대타(代打)' 연정훈에게 쏠렸다. 카리스마 넘치는 재벌 2세 건우(연정훈)를 제대로 소화해 냈을까.

시사회를 통해 본 건우는 생동감이 있었다. '검댕 눈썹' 송승헌만한 카리스마는 없었다. 대신 연정훈에게는 물결처럼 흘러가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쓸 때부터 송승헌을 눈여겨 봤던 '슬픈 연가'의 이성은 작가는 "승헌이 사건이 터졌을 때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가 품에서 떠나가는 심정이었다"며 "3주간 대본도 못 쓸 만큼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시사회를 본 이 작가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는 "송승헌과 아주 다른 이미지지만, 연정훈은 자신에게 맞게끔 건우를 차근차근 진화시켰다"며 "오히려 작가가 건우란 캐릭터를 운용할 여지를 더 넓혀주었다"고 말했다. 유철용 PD도 거들었다. "송승헌과 연정훈은 느낌이 다르다. 촬영이 반쯤 진행된 지금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슬픈 연가'는 5일 밤 9시55분부터 안방을 찾아간다. 권상우와 연정훈이 앞을 못 보는 김희선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빠진다. 흥행을 겨냥한 포석도 단단하다. 세 사람의 유년시절부터 드라마가 시작하고, 20부작 가운데 5회 분량을 미국 뉴욕 현지에서 촬영했다. 재벌 2세와 가난한 음악가가 대립하고, 드라마의 울림을 증폭시키기 위해 음악을 공격적으로 사용했다. '음악 드라마'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권상우는 "이 작품에서 캐릭터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며 "서른 살이 된 올해, '배우 권상우'를 내보일 적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지촌에서 자라난 천재 음악가 서준영의 거칠고도 깊은 그리움을 연기한다.

톡톡 튀는 성격과 정반대의 인물을 선택한 김희선도 주목할 만하다. 불과 5년 전, 방송사 PD들이 "철이 들면 대어(大魚)가 될 것"이라던 예상을 되새기게 한다. 그는 "튀는 캐릭터로 데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의 캐릭터로 승부를 걸 수는 없다. 이번 작품을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한계를 뛰어 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졌다. '겨울 연가'에 이어 또 하나의 '연가' 열풍이 불어올지….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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