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맞선 보려면 교육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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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월부터 중국·베트남 등 특정 국가 출신의 배우자와 결혼하려면 정부가 주관하는 준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배우자를 국내로 초청할 수 없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20일 외교통상부·법무부 등과 국제결혼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이혼율이 높거나 한국 국적 취득자가 많은 중국·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몽골인 등과 ‘맞선’을 보러 갈 때는 국제결혼 절차와 법률, 피해사례 등에 대한 4시간짜리 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배우자가 국내에 들어올 때 필요한 비자(F-2)를 발급받지 못한다. 또 성·가정폭력 범죄 경력이 있거나 국제결혼을 여러 번 한 경우, 파산자,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선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여러 개의 비영리기관을 설립해 국제결혼 중개를 맡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재단법인 또는 비영리사단법인만 국제결혼 중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성부 다문화가족과의 김민아 사무관은 “최근 베트남 새댁인 탓티황옥 피살 사건을 계기로 국제결혼 중개를 건전화하고 결혼 이민자의 인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는 결혼 이민 여성이나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가 범죄 피해를 보았을 경우 국가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한민국 국적인 피해자만 해당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이 개정돼도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여성단체와 결혼 이민 여성 10여 명은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탓티황옥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베트남 출신의 레티마이 투(24)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을 결혼시킨 중개업자와 이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밝혔다. 또 중국인 포우러(29)는 “한국인들은 이주 여성을 자녀 낳는 기계나 노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인과 똑같은 권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견 후 백희영 여성부 장관을 만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정수·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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