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정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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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홍삼의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일제 말기인 1940년대 초 사제 홍삼 및 위조 고려삼이 범람했다. 그러자 조선총독부 전매국은 짝퉁 제품과 진짜를 구별하기 위해 진품 관제(官制) 홍삼이란 의미로 ‘정관장(正官庄)’이란 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정관장 브랜드의 시작이다.

정관장 브랜드는 1959년 홍콩의 성도일보(星島日報) 광고에도 등장했다. 63년부터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 수입상들의 요청에 의해 이곳에 수출하는 제품에 ‘남한 정관장 고려삼’이라 적힌 빨간색 스티커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72년엔 일본 수출용 제품에 사용하기 시작해 주로 해외 수출용에만 붙이다가 95년부터 국내용 제품에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정관장 엠블럼 위에 있는 태극무늬는 대한민국 특산품임을, 좌우의 6개 별은 6년근의 여섯 잎을 상징화한 것이다.

정관장 홍삼은 1899년부터 전매제가 폐지된 96년까지 국가 전매품으로 관리돼 왔다. 전매청에서 전매공사, 이어 한국담배인삼공사, 다시 현재의 한국인삼공사로 제조기관이 변경됐지만 시장점유율 1위는 놓치지 않았다.

95년 11월 당시 장쩌민 중국 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정관장의 천삼 10뿌리가 한국 대표 특산품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2003년 KOTRA가 중국서 한국식품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했을 때는 정관장이 신라면, 초코파이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초창기 6년근 수삼을 씻어서 대형 가마솥에 넣고 찐 후 말려 만들던 홍삼은 78년 연간 6000여t의 수삼을 처리하는 현대적 생산시설이 완공되면서 자동화된 설비에서 생산하게 됐다. 몇 도에서 얼마나 찌는지는 인삼공사만의 비법이라 이를 알고 있는 직원들의 수가 제한돼 있다. 홍삼의 함유 수분이 14%가 될 때까지 찌는 게 핵심이다.

정관장 브랜드는 6년근 홍삼만 쓴다. 인삼은 한번 심으면 한 곳에서 4~6년을 크며 지력을 모두 빨아들여 땅심을 약하게 한다. 과다한 비료를 싫어해 비료도 많이 칠 수 없다. 그래서 이전에 인삼을 재배하지 않은 땅, 혹은 10년간 쉰 땅을 찾아 재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인삼공사 직원들은 전국 각지를 돌며 계약할 땅을 찾아 헤매는데 요즘엔 백령도·민통선 등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다닌다.

정관장 브랜드를 달고 생산되는 제품은 홍삼정(농축액), 홍삼분, 홍삼정 캡슐 등 200여 종. 6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국내에서도 웰빙 바람을 타고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정관장 브랜드로 올린 매출은 7400여억원이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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