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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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정호승(1950~)'눈부처'

'눈부처'가 무엇인가. 눈동자에 비친 사람의 형상이다. 내 몸 깊숙이 들어와 내 마음의 방을 독차지하고 앉은 사람이다. 한용운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어머니는 자식의 부처요, 자식은 어머니의 부처다. 나비의 부처는 꽃이요, 꽃의 부처는 나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면 부처다.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 속엔 석굴암이 있다.

윤제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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