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로·제임스 딘 전설된 이유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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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전성기에 세상을 버려 전설이 된 영화 배우 마릴린 먼로와 제임스 딘. '맨 인 블랙'같은 영화의 시각으로 보면 이들은 지구에 잠시 불시착했던 외계인일지 모른다. 연기력·외모·영향력, 무엇보다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감수성 때문에. 이런 상상은 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더 구체화된다.

2002년 8월 5일로 사망 40주기를 맞은 먼로를 기리는 마릴린 먼로 컬렉션이 출시됐다. '뜨거운 것이 좋아'(사진)'버스 정류장''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에다, 유작인 '기인들'과 다큐멘터리 '마릴린 먼로 마지막 나날들'이 포함돼 있다.

'마릴린 먼로 마지막 나날들(The Final Days)'(폭스·15세)은 제임스 코번의 내레이션으로 그녀의 미완성작 '섬싱스 갓 투 기브(Something's Got To Give)'의 제작 과정을 돌아본다. 1962년 먼로의 서른번째 출연작으로 기획된 '섬싱스…'는 조지 큐커가 메가폰을 잡고 딘 마틴과 시드 셔리스가 공연키로 했던 코미디다. 그러나 아서 밀러와의 이혼,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은 라이벌의 부상, 케네디 형제와의 염문설에 시달린 먼로의 불안 심리에서 빚어진 약물 의존 등으로 촬영은 지지부진했고 마침내 먼로의 죽음으로 중단된다. 이 다큐가 전하는 먼로의 마지막 나날은 상처입은 작은 새처럼 애처롭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먼로는 36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완벽한 누드를 보여주며 영화에 매달린다. 99년 마릴린 먼로 재단이 창고에서 잠자던 이 영화를 복구했고, 다큐 말미에 복구된 영화가 실려 있다.

로버트 올트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제임스 딘 스토리(The James Dean Story)'(시넥서스·12세)는 딘이 자동차 사고로 죽은 지 2년 후인 57년에 나왔다. 24년밖에 살지 못했고 세편의 출연작만 남겼을 뿐인데, 그처럼 많은 자료를 찾아내고 풍부한 감정 이입과 해석이 가능하다니.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딘에 관한 평가·이미지·자료가 모두 이 흑백 다큐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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