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내 신드롬 끝났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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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전국을 강타한 게릴라성 폭우로 프로축구 전 경기가 취소된 7일. 전남 광양의 전남 드래곤즈 숙소 앞에는 50여명의 여학생들이 김남일(25)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서성이고 있었다.

김남일은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며칠 더 준비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멀리서 온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후 6시쯤 전남 숙소에서 인터뷰를 했다.

-유명세를 치르는 생활에 익숙해졌나.

"생활 자체가 없어졌다. 밖에 나다닐 수가 없어 훈련을 마치면 숙소에서 TV만 본다.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게 너무 싫다. '김남일 신드롬'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나가지 않겠다고 한 CF 출연을 결정했는데.

"솔직히 하기 싫었다. 그렇지만 주위에서 너무 자신을 숨기는 것보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선별해 출연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수익금은 좋은 일에 쓰고 싶다. 김남일 축구장학회를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어떤 훈련을 주로 했나.

"떨어진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미니게임을 많이 했다. 발목은 완치돼 통증이 없어졌지만 시간만 나면 발목 운동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방향전환이나 돌아서기·점프 등 순발력과 스피드를 회복하는 훈련도 많이 했다."

-해외 진출은 진척이 있나.

"에이전트에게 맡겨놓고 '확실한 팀이 나오기 전에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스페인이나 독일, 히딩크 감독이 있는 아인트호벤 등에 관심이 있고, 시즌 중에도 기회가 된다면 나가고 싶다. 그런데 언론이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너무 부풀려 보도하면 결국 피해는 선수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팀내 포지션이나 역할 변화가 있나.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를 그대로 맡는다. 나도 이 자리가 편하다. 다만 기회가 있으면 공격에 가담해 어시스트를 많이 올리고 싶다. 골에는 전혀 욕심 없어서 생각해놓은 골 세리머니도 없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분들이 '너는 연예인이 아닌 축구선수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멋진 축구선수로 남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컴퓨터 채팅도 자주 한다는데.

"하도 심심해 몇번 했는데 며칠 전부터 나를 사칭하는 사람이 나타나 이젠 안한다. 내가 들어가도 믿지 않는다. '너 진짜 김남일이야' 하는 반응이 많다. '저 김남일 맞아요. 저 가짜 아니에요'라고 하면 '그래 믿어주지'라는 답이 온다."

광양=글·사진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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