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지하철 30%만 '불 안붙는 객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003년 2.18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의 안전 문제점이 줄줄이 지적됐고, 이에 대한 수많은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비상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고 내장재 품질 기준이 강화된 것 등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개선된 게 별로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30%만 불연재=지하철 객차가 불에 잘 타는 재료로 이뤄져 방화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 대구 지하철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이후 전국의 객차는 의자 등을 불연성 재료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하철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하철의 전동차 객실은 대략 3분의 1 정도가 불연재로 바뀌었다. 가연성(可燃性) 재질의 교체 작업은 크게 의자를 스테인리스로 바꾸고 내장판과 바닥에 단열재를 입히는 일이다. 화재 등 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처하고 기관사와 재빨리 통화할 수 있도록 객실 내 인터폰을 핸드마이크 식으로 교체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한 뒤 교체 작업이 시작됐다.

도시철도공사(5~8호선)엔 모두 1564량의 객차가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436량이 불연 객차로 바뀌었다. 문제가 된 7호선 전동차의 경우 496량의 객차 중 256량에 대한 불연화 공사가 마무리됐다.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객차는 1944량이다. 20년 이상 돼 폐차를 앞둔 객차를 제외하면 교체 대상 객차가 1612량이다. 하지만 내장재가 모두 교체된 것은 290량에 불과하다.

교체가 지지부진한 데는 예산 문제가 있다. 객차 1량을 불연재로 교체하는 데 8000만원 정도 든다.

따라서 서울 지하철 교체에만 2000억원이 필요하다. 계획대로라면 서울 지하철은 내년 말께야 모두 불연 객차로 바뀐다. 부산.인천.대구.광주시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객차 1152량 가운데 366량이 불연 객차로 바뀌었다.

◆ 객차 안전 시설도 미비=불 끄는 기본 도구인 소화기의 경우 객차 1량당 2개씩 구비토록 돼 있는데 대구 참사 이후 두배인 4개로 늘리자는 개선책이 나왔으나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 소화 호스의 사용 가능 시간도 20분에서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출입문 수동 개방장치의 표지와 위치가 서울 지하철 6호선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통일된 것과 내장재에 대해 가스 독성 등 시험 기준이 추가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심지어 비상벨.인터폰.폐쇄회로 TV 등도 아직 모든 차량에 갖춰지지 못했다.

◆ 역 안전도 제자리=역에서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한 대피 계단이나 지하터널 운행 도중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터널 내 소방.대피 시설의 설치도 아직 의무사항이 아니다. 터널 내 비상조명등.유도등 등이 켜져 있는 시간이 사고 후 20분에서 60분으로 늘어난 것이 몇 안 되는 성과다.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