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죠… 힘냅시다 기업들 시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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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을유년 첫 출근날인 3일 각 기업들은 일제히 신년하례식 및 시무식을 열고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주요 그룹의 총수들은 이날 올 경기전망이 어둡지만 투자를 늘리고 해외사업을 강화해 경제를 되살리는데 앞장서자는 요지로 신년사 했다.

SK는 '투명한 경영 시스템 구축을 통한 신뢰 회복'을 올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최태원 회장은 3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서 "지난해 SK㈜의 사외 이사 비율을 70%로 확대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올해는 이사회 중심 경영의 성과가 드러나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날 오전 포항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는 노동력과 지하자원이 풍부한 인도.브라질.러시아.중국 등 브릭스(BRICs) 지역에 주도적으로 진출하자"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물류, 기계 및 제조, 금융, 남북경협사업 등 핵심사업을 반드시 세계 일등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역설했고, 손경식 CJ 회장은 "제조, 서비스분야에서 타기업이 추종할 수 없는 기술 우위의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앞으로 그룹 경영을 소재, 화학, 건설.운송, 금융 등 4개 사업 분야로 나눠 자율.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긴장을 끈을 조였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5개 주력 계열사 사장 등으로 구성된 '그룹운영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조석래 효성 회장도 "화섬산업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뉴스타트의 결의와 각오를 다지자"고 당부했다.

산업부

***삼성 이건희 회장 신년사

새 주력사업 찾아 희망의 씨앗으로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쁨과 보람은 고난 속에서 꽃을 피우며, 진정한 일류기업은 불황에 더 빛을 발한다. 우리는 지금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출발선상에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세계 일류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경영을 배우며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누구도 기술을 빌려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역량과 지혜를 모아 힘차게 미래로 나아가 달라. 올해부터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삼성은 우선 신수종 사업을 찾아 희망의 씨앗으로 키워 나가겠다. 또 질 경영을 확고히 다지는 한편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질과 양의 조화를 이루자. 도전과 변화의 기풍을 가로막는 것은 과감하게 허물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삼성의 성과는 고객과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인식하고 화합과 상생의 시대를 맞아 우리 성과를 이웃과 함께 누리는 나눔의 경영을 확대하자.

*** LG 구본무 회장 신년사

악조건서 성과내는 '일등 경영' 달성을

3년 전 '일등 LG'를 천명한 이래 몇몇 사업에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환경 변화에 흔들리는 사업이 많고, LG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 사업의 육성도 미흡하다. 차별화된 전략이 없고 경영방식도 타성에 젖었다. 이는 '일등LG'구현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올해는 대내외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경영 수준을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이는 '일등경영'으로 '일등 LG'를 달성하자.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투자해 사업모델을 확실하게 차별화하고, 사업과 전략에 맞는 핵심인재를 적극 확보.육성해야 한다.

LG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자. 고객이 신뢰하는 LG,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LG, 인재가 선망하는 최고의 직장 LG, 그리고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일등 LG'를 만들자.

***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 신년사

양적 성장 더불어 질적 성장 이뤄야

올해는 세계 경제 둔화, 환율 하락 등의 어려움으로 수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수판매도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대.기아차는 이제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세 가지 경영목표를 제시한다. 첫째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애써 만든 자동차를 제값 받고 팔 수 있어야 한다. 그 기본은 소비자들이 믿고 탈 수 있는 품질 좋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둘째는 비상 관리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어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강인한 기업체질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 시대에 대비하여 이에 걸맞는 조직체계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재중시 경영의 기틀도 확고히 해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역사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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