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혼 박찬호 4승벽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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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4승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가 올들어 가장 많은 탈삼진(9개)을 잡았다. 타자 앞에서 꿈틀거리는 직구의 위력도 예전보다 한결 좋았다. 그것도 상대는 메이저리그 팀타율 2위(0.279)의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부활의 징조다. 그러나 올들어 최다홈런(3개)을 허용하는 등 갑작스럽게 집중력이 흔들리는 점은 여전히 숙제였다.

박찬호가 2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알링턴볼파크에서 열린 레드삭스전에서 선발 등판, 5와3분의1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6안타·4사사구·6실점했다. 방어율은 6.88에서 7.08로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한 경기 팀 최다득점(19점)과 최다홈런(6개)를 기록한 레인저스의 불방망이 타선에 힘입어 6월 24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이후 39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레인저스의 19-7 승리.

삭발로 결연한 의지를 다진 박찬호는 1회초 첫 타자 조니 데이먼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았다. 출발이 불안했다. 그러나 1사 2루에서 '타점기계'로 불리는 매니 라미레스를 볼카운트 2-3에서 빠른 직구를 던져 삼진으로 잡았다.

이어 '천적' 클리프 플로이드를 고의성 짙은 볼넷으로 출루시켰으나 제이슨 바리텍에게 강속구를 잇따라 꽂으며 헛스윙을 유도, 1회를 넘겼다. 낙차 폭이 큰 변화구와 직구의 위력을 앞세워 정면승부를 펼치는 모습은 자신감이 넘쳤다.

박찬호는 1회말 팀 타선이 6점을 뽑는 지원사격에 힘입어 2회부터 5회까지 안타 한개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초반 직구승부가 돋보였던 박찬호는 두번째 타석부터 결정구를 변화구로 바꾸는 볼배합을 구사했다. 3회초 1사 1루에서 라미레스·플로이드를 연속 삼진으로 잡는 장면은 오랜만에 보는 '특급투구'였다.

그러나 5회 들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뒤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박찬호는 6회초 선두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솔로홈런을 포함, 플로이드와 세이 할렌브렌드의 2루타, 브라이언 도박의 2점 홈런으로 5실점한 뒤 교체됐다. 이날 투구수는 98개였고,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백51㎞였다.

김종문 기자

-5회까지는 내용이 좋았는데.

"왼쪽 타자 몸쪽 공이 아주 좋았고, 직구 포심(네 손가락으로 공의 실밥을 잡는 것)도 괜찮았다. 커브도 마음먹은 대로 잘 들어갔다. 공에 힘이 실리는 느낌을 받아 삼진도 많이 잡았다. 물집이 생겨 리듬을 좀 잃은 게 아쉽지만, 5회까지 잘 던진 것에 만족한다."

-물집이 잡힌 상황은.

"몰랐다가 5회초에 웜업을 하면서 느꼈다."

-6회때는 어땠나.

"공을 잡는 느낌이 없었고, 커브가 스핀이 안돼 스트라이크 될 공이 위로 뜨는 경우가 많았다. 물집 때문에 세게 던지기 어려웠다."

-손가락 상태는 어떤가.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물집이 생겼는데 다음 경기에선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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