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격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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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8 재·보선 선거운동이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13개 지역 가운데 상당수는 판세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원은 접전지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양측이 한치 양보없는 팽팽한 공방을 벌이는 격전지는 서울 영등포을과 경기 하남, 그리고 북제주다.

◇영등포을=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후보와 재야의 대표적 이론가인 민주당 장기표(張琪杓)후보가 근소한 차로 접전 중이다. 한나라당은 權후보가 줄곧 5~6% 앞서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민주당은 오차 범위 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두 후보는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그러나 출신 학교만 빼면 다른 점에선 대조적이다.

수원지검 공안부 검사로 출발한 權후보는 서울지검을 거쳐 1994년부터 안기부 파견 검사로 일했다. 참신함과 함께 통일관련법에 관한 전문 식견 등을 내세워 지식인·중산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90년대 초까지 노동운동을 이끌며 '마지막 재야'로 불렸던 張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강점이다. 소외계층의 옹호자를 자임하는 張후보는 신길·대림동 일대 서민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팽팽한 판세가 선거 막바지까지 이어지면서 양측 모두 고정 지지층을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끌어들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은 데다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높았던 지난 지방선거 때의 전례 등을 들어 승리를 장담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민석(金民錫)전 의원이 다져놓은 지구당 조직이 탄탄해 조직표를 동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남=한나라당 김황식(金晃植)후보와 민주당 문학진(文學振)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불꽃튀는 격전을 벌이고 있다. 양당 관계자들은 "후보들의 지명도가 높지 않아서 그렇지 격전지 중의 격전지"라고 입을 모은다. 金후보가 계속 앞서 있으나 늘 오차 범위 내 박빙의 리드였다고 한다. 한나라당 金후보는 높은 정당 지지도를 바탕으로 당대당 대결구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현 시장과 함께 "시정과 국정의 원활한 연결로 하남을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민주당측의 자질론 공격에 대해서는 "근거가 미약한 정치적 공세"라고 받아친다.

이에 민주당 文후보는 낮은 당지지도를 의식해 인물론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언론사 경력과 하남에서 태어나 15대 총선 이후 지역 기반을 다져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 16대 총선 당시 인근 광주에서 출마해 단 3표 차이로 낙선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손영채(孫永彩)후보도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지지율 분석에서는 3파전으로까지 나온다고 한다. 다만 孫후보의 경우 종반으로 갈수록 양당 지도부의 지원유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소속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변수다.

◇북제주=당초 한나라당 양정규(梁正圭)후보가 6선 고지를 향해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민주당 홍성제(洪性齊)후보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혼전 양상이다.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측근인 梁후보는 "남은 임기 2년 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 같은 큰 지역 현안을 풀어가려면 힘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6천여가구에 달하는 지역 내 마늘 농가를 대상으로 마늘협상 파문을 성토 중이다.

육군 준장 출신의 洪후보는 "梁후보가 5선을 하면서 35년간 정치해왔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한 게 뭐냐"며 유권자들의 교체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洪후보는 지난 15대 총선 때 梁후보에게 4천여표 차로 져 설욕전인 셈이다.

현지 선거관계자들은 이 지역에서 지난 지방선거 때 군수와 정당투표는 한나라당이, 도지사와 도의회는 민주당이 승리했던 점을 들어 결과를 쉽게 예단치 못하고 있다.

남정호·나현철·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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