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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식품·보건 안전 해치는 범죄 형량 기준 대폭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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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식품 가공업체인 S식품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칼국수와 소면, 메밀국수 등 면류제품 390t(시가 7억여원)을 만들어 팔았다. 이들 제품은 중간도매상을 거쳐 국숫집과 일식당 등에 유통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 S식품 측은 공업용 에탄올을 반죽에 섞은 것으로 드러났다. 변질을 막기 위해 보통 식용 에탄올을 첨가하는데 가격이 싼 공업용을 대신 넣은 것이다. 식약청 조사단은 이 회사 대표 정모(57)씨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식약청은 “공업용 에탄올은 페인트나 도료 등에 주로 사용되며 장기간 다량 섭취할 경우 지방간과 간경화, 심부전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정씨는 풀려 나왔다. 법원이 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담당 재판부는 “식품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한 행위는 엄벌할 필요가 있으나 출하 제품의 30% 이상이 회수됐고 회사를 폐업했으며 다시는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S식품 사례는 단속될 땐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가 정작 법적 처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식품 범죄의 현실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서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도록 하는 양형 기준을 통해 식품·보건 분야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식품·보건 분야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18일 밝혔다. 양형위 관계자는 “먹을거리를 갖고 장난치는 식품·보건 범죄는 국민 건강과 사회 안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큰 만큼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특히 양형 기준이 3년을 넘는 유형의 범죄는 집행유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대부분 실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등을 허위 표시한 경우 판매액에 따라 형량을 높이기로 했다. 판매액이 5000만원 미만일 때는 ‘징역 4월~1년’이지만 5억원이 넘을 때는 ‘1년6월~3년’이 기준이다. 사회적 신뢰가 크게 손상됐거나 허위 표시 대상이 의약품·화장품일 경우엔 형을 ‘징역 2년~4년6월’(5억원 초과 시)로 가중하도록 했다. 또 유해 식품·의약품·화장품에 대해선 유해성의 정도에 따라 양형 기준을 정했다. 광우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특정 질병에 걸린 동물을 사용해 식품을 만들었다면 ‘징역 2년~4년6월’이 기준이 된다. 양형위는 다음 달 12일 공청회를 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3월부터 이 양형 기준을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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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배·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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