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낀 채 수영, 오염물질 끌어들이는 격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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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물의 염소, 눈병·피부병 유발

물놀이를 할때는 콘택트렌즈를 빼야 각결막염 등에 의한 시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중앙포토]

사람이 많이 몰리면 세균도 많아진다. 수영장은 특히, 물이 고여있어 수질관리가 어렵다. 수영장 물은 수질기준에 따라 염소 소독을 하게 돼 있다. 미생물이 증식하는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염소 농도가 높아도 눈병과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용객의 위생 상태도 문제다. 지난해 미국수질건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인의 2명 중 1명은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하지 않으며, 5명 중 1명꼴로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오염된 물에서 물놀이를 하면 눈병과 피부병·귓병·호흡기질환·설사 등 ‘물놀이증후군’을 앓는다.

물놀이 후 눈이 충혈되거나 가렵고 눈곱이 많이 낀다면 유행성 각결막염일 수 있다. 여름철에 유행하는 이러한 눈병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3~7일간 잠복기를 거쳐 발병돼 2~3주 정도 지속된다. 증상이 발현되고, 일주일 즈음이 전염성이 제일 강하다. 반대쪽 눈에도 생기며 가족에게 옮기기 쉽다. 손을 깨끗이 씻고, 수건과 비누를 따로 쓴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감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그러나 때로는 검은 눈동자에 세균이 과다하게 번식해 각막이 혼탁해지고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눈에 이상이 느껴지면 진찰받는 것이 좋다.

시력이 나쁜 사람 중에는 물놀이를 할 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례가 많다. 서울대병원 안과 권지원 교수는 “렌즈를 끼지 않고 수영해도 눈병에 감염되기 쉬운데, 렌즈를 낀 채 수영하는 것은 눈 건강에 대단히 위험하다”며 “렌즈와 눈 사이에 오염물질이 오래 머물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고 말했다. 되도록 도수가 있는 물안경을 끼고 부득이하게 렌즈를 낄 때는 일회용을 쓰고 바로 버린다.

귀에 물이 찬 듯한 증상, 외이도염

귓속에 물이 들어가면 귀가 먹먹하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귀에서 소리의 전달을 담당하는 고막과 외이도에 물이 고이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답답한 마음에 손가락을 넣거나 면봉으로 닦지만 축축한 상태에선 상처가 더 쉽게 나므로 후비지 않는 게 좋다. 물이 들어간 귀 쪽을 아래로 하고 가볍게 흔들면 물이 빠진다. 나머지 물은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말리거나 그대로 두면 체온에 의해 자연히 증발한다.

귀에 물이 찬듯한 증상이 이틀 이상 지속하면 외이도 염증을 의심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외이도염 환자 추이를 보면, 매월 평균 15만 명 수준을 유지하던 외이도염 환자 수가 8월이 되면 25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외이도염은 귓바퀴 안쪽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귓병이다. 외이도는 외부 공기의 압력으로부터 고막을 지키는 소리의 통로. 건조한 상태로 산성을 유지하며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그런데 물놀이로 외이도에 습기가 차면 산성 환경이 깨지면서 세균이 자라 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동반하는 외이도염이 된다. 심해지면 청력이 저하되고 주변 림프절까지 붓는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조양선 교수는 “귀에 가득 찬 분비물과 진물을 제거하고 항생제를 써야 한다”며 “귀 안의 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산성의 물약이나 식초로 귀 안을 세척한다”고 말했다. 치료기간에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수영을 할 때 사용하는 귀마개 주위에 바셀린을 바르면 방수 효과가 커진다.

고막 안쪽에 고막천공이 있는 줄 모르고 수영을 하면 이관으로 세균이 침투해 급성중이염이 생긴다. 항생제와 진통제로 치료하며 필요에 따라 고막절개술을 한다.

이주연 기자



여름철 물놀이 주의사항

● 심장에서 먼 팔·다리·몸통 순으로 물을 적시고 천천히 입수

● 쥐가 나는 것은 근육 피로가 원인이므로 물놀이 중간중간 반드시 휴식

● 맨발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수영장 바닥에는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이 많다

● 방수가 되는 수영모자를 쓰면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 지역마다 기상 상태가 다르므로 일기예보를 반드시 확인

● 물놀이 중 신발 등 물건이 떠내려가더라도 따라가서 건지려 하지 않는다

● 물놀이 중 소름이 돋고 입술이 파래지면 곧장 물 밖으로 나와 타월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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