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비밀 병기, 약 아닌 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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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원 퍼터’로 퍼팅하는 모습 . ① 퍼터를 정렬하고 ②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퍼트 라인에 평행하게 놓은 뒤 ③볼링 공을 던지는 것처럼 퍼터를 앞으로 밀어치는 방식이다. [세인트앤드루스 AP=연합뉴스]

볼링 동작 같은 그의 퍼팅 동작이 우스꽝스럽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런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퍼팅 스트로크에 정석은 없기 때문이다. 퍼팅 전문가들은 “폼이 어떻든 홀에 들어가는 퍼팅이 좋은 퍼팅”이라고 한다. 동료들로부터 “공에 윙크만 해도 10m가 넘는 퍼트를 쏙쏙 넣는다”는 평을 받았던 1950년대의 퍼팅 도사 빌리 캐스퍼는 보기 민망한 심한 안짱다리 스탠스로 퍼팅을 했다.

퍼터를 바꿔서 재미를 본 경우도 많다. 지난 6월 처음으로 컷 탈락했던 최나연은 퍼터를 바꿔 바로 다음 대회인 코닝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크 캘커베키아는 2007년 PODS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첫날 36개의 퍼팅을 한 후 컷 탈락이 유력했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는 새로 산 퍼터로 굴리는 족족 공이 홀에 들어가면서 우승했다.

그러나 최경주의 변화는 단순한 퍼터의 변화는 아니다. 수십 년간 최경주는 그린 위에서 공과 홀을 이은 가상의 선과 나란히 섰다. 새 퍼터는 사격을 할 때처럼 표적과 볼의 일직선 라인 뒤에 눈이 위치한다. 시즌 중, 그것도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너무 큰 변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경주는 1라운드 후 “비 때문에 그린 속도가 너무 느려져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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