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평가, 전국 단위 제대로 하고 지역별 시험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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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4월 학력평가, 5월 연합평가, 6월 모의 수능, 7월 학력평가, 9월 모의 수능, 10월 학력평가·연합평가’.

지난해 대전의 고3 학생이 공식적으로 치른 시험 종류다. 여기에 학교별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를 더하면 1년에 12번이나 정규시험을 본 것이다. 이는 서울의 고3에 비해 두 번이 많다.

대전에서는 초3~6 역시 서울에 비해 지역교육청이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두 번 더 치렀다. 중학생도 학기말 학업성취도평가와 지역교육청 주관 학력으뜸이선발대회 등 최대 두 차례 시험을 더 봤다.

15일 본지가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해 실시한 각종 시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시·도별로 차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따라 최대 3, 4회씩 횟수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차원에서 치르는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지역별 평가를 줄이고 기능중복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결과 서울은 지난해 초6, 중3, 고1(올해는 고2)이 치르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육청 주관 진단평가, 전국연합학력평가, 모의 수능 등 전국 교육청이 모두 치르는 시험만을 실시했다. 하지만 광주와 충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서울보다 많은 시험을 실시했다.

서울과 비교할 때 울산은 초등학생 한 차례, 중학생 최대 세 차례가량 시험을 더 봤다. 충남교육청은 초등생을 대상으로 교육청 주관 진단평가, 지역교육청 주관 중간·기말평가 등을 추가로 실시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이런 시험을 추가로 준비하지 않으면 일선 학교에서 교사 업무가 과중해진다”며 “평가를 통해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교사들의 교수법 등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시험을 안 보면 학생들이 사설 모의고사 쪽으로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실시하고 있고,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과 그런 학교를 찾아내 지원하자는 취지”라며 “그런데도 일부 교육계에서 교사나 교장·교육청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국가 수준 평가는 반드시 시행하되 지역 차원의 시험은 되도록 줄여 마찰을 줄이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남명호 교육평가연구본부장도 “평가가 너무 많은 상황이어서 정리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초등생의 경우 전국단위 시험은 1년에 한 번가량이 적당하고 시·도별 시험도 학기초에 실시해 학생지도에 활용하는 정도로 조정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청별로 과도하게 추가 시험을 치르는 식의 경쟁 풍토를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탁·김민상 기자, 유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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