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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과 아저씨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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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데 여성들의 반응이 꼭 그렇지는 않다. ‘얼마나 배고프셨으면…’ ‘너무 많은 여성들의 구애를 피하느라 저런 행동을 하신다는…’ ‘완벽한 외모에 털털한 모습…’ 등의 인터넷 글이 이어진다. 시쳇말로 이렇게 확 ‘깨는’ 행동에도 여성들은 그에 대한 열광을 멈추지 않았다. 이는 또래에선 ‘우상’을 찾을 수 없었던 중년 여성들이 오랜만에 찾아낸 멋진 중년 남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많은 중년 남성들은 ‘아저씨’다. 한때 한국엔 남성·여성과 아줌마라는 세 개의 성이 있다는 농담이 돌았다. 요즘은 아저씨도 제3의 성에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 ‘아저씨’라는 말 자체가 반바지에다 검은색 양복 벨트를 매거나 샌들에 검은색 양말을 신고 다니는, 성적인 긴장감이라곤 없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구애활동을 하지만 제3의 성은 전혀 구애활동이 일어날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가족 부양하느라 녹록잖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아저씨들이 왜 이런 희화화의 대상이 됐을까. 그 단서는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출판사를 하는 한 선배가 40~50대 남자에게 통할 만한 얘기로 책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들어보니 아이디어가 훌륭했다. 그런데 계획을 접었단다. “누가 사서 보나요”라는 편집장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 선배는 말했다. “도서 시장에서 40~50대 남자들은 아예 없는 계층이다.”

본지 ‘스타일&’ 섹션에는 남자들에게 트렌디한 옷입기 방법을 소개하는 ‘이도은 기자의 Hey man, why not’이라는 코너가 있다. 지난주 이 코너에 벨트 매는 법이 나갔다. 이를 본 몇몇 ‘아저씨’가 투덜거렸다. “이렇게 얇은 벨트를 남자가 어떻게 매나!” 세계 남성 패션 트렌드가 얇은 벨트라는데도 아저씨들은 굳세게 이를 거부한다.

아저씨를 희화화하는 건 가족과 일에 치여 사는 그들의 삶이 아니다. 보수적이고 닫혀 있는 태도와 자기계발에 소홀한 모습을 빗대 하는 말이다. 멋지게 나이 들어 가는 남자들을 요즘 말로는 ‘꽃중년’ 혹은 ‘미중년’이라고 한다. 꽃중년 뢰프 감독은 아저씨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존재다. 나이 든 남자도 여자들을 열광시킬 만큼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더 많은 꽃중년을 일상에서 만나고 싶다.

양선희 위크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