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믄둥이들 잘 컸구나 … 너희들이 희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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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1일 태어났던 다섯명의 즈믄둥이랍니다. 의젓하게 자랐죠. '즈믄둥이'란 천(千)을 뜻하는 우리 말인 '즈믄'과 아이를 의미하는 '둥이'의 합성어. 5년 전 새천년준비위원회가 지은 이름이랍니다. 왼쪽 사진은 첫돌 무렵 중앙일보에서 찍었던 사진이고 오른쪽은 다섯살이 된 현재의 모습입니다. 야구선수와 요리사를 꿈꾸는 아이가 있습니다. 군인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대통령(정장 차림)이 꿈인 친구도 있군요. 장래 희망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었어요. 독자 여러분, 왼쪽.오른쪽 두 사진을 번갈아 보며 아이들의 자란 모습을 맞혀보세요. 왼쪽 사진에서 1번은 백민우, 2번은 곽민찬, 3번은 서동재, 4번은 서동훈군입니다. 아쉽게도 나머지 한명(右)은 본사에 이름.주소가 남아 있지 않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사진에 역시 즈믄둥이인 손지민(왼쪽에서 둘째, 요리사 차림)양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환경 공무원으로 일하다 보면 조그만 소음과 악취에도 이웃끼리 싸우고 고발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민우는 이웃과 화목하고 사소한 불편을 이해해줄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민우 아빠)

# 얼마 전 동재가 지하철의 노숙자를 보고 "왜 저 사람은 집에 안 가"라고 물어왔다. 초라한 그의 행색에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어른이 돼서 불쌍한 사람을 돌보겠다"고 말하던 아이의 마음이 새해에도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재 엄마)

# 매사 1등만 강조하는 우리 풍토가 불만이다. 수십만원짜리 학습 교재를 사 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닦달했던 내 모습도 1등주의에 전염됐기 때문은 아닐까. 아이를 시골 외가에 자주 데려가 농사일을 함께 하며 이런 풍토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 노력 중이다. (동훈 엄마)

# 범죄학자인 나도 깜짝 놀랄 사건이 매일 일어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묻지마 범행'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찬이가 범죄없는 사회에서 밝게 자랐으면 좋겠다. (민찬 아빠)

# 딸의 장래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명문대를 나와도 가정에 매여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 한국 여자의 현실이다. 내 딸은 당당한 여성으로 키우고 싶다. (지민 엄마)

사진 속의 아이들. 오늘 하루 만이라도 좋다. 즈믄둥이의 눈이 지금 무엇을 보려고 하는지 함께 보자. 즈믄둥이의 그 작은 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함께 듣자. 조막 같은 두 귀가 무엇을 들으려고 하는지 함께 느끼자. 일제히 작은 팔을 벌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즈믄둥이를 향해 우리 모두 부끄러운 마음 없이 새해 인사를 하자. 그래 장하다 잘 자랐다. 복 많이 받으라고.

①=㉣, ②=㉢, ③=㉠, ④=㉡

글=정효식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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