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자 제1조건은 재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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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미국의 영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57·사진)가 지난 6월말 새 영화 '배드 컴패니'(감독 조엘 슈마허, 제작 터치스톤픽처스)를 공개하면서 뉴욕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브룩하이머는 '비버리 힐스 캅'(1984년)'탑건'(86년)'더록'(96년)'콘에어'(97년)'아마겟돈'(98년)'진주만'(2001년)'블랙 호크 다운'(2001년) 등 액션 흥행대작을 만들어 그동안 세계에서 1백20억달러(14조4천억원)를 벌어들인 최고의 흥행사. 특히 그는 톰 크루즈· 에디 머피·윌 스미스 등 스타를 발굴하기도 했다. 브룩하이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명사로 통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새 작품 '배드 컴패니'는 그의 명성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견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젊은 배우 크리스 록이 미 CIA의 특수 공작원으로서 역할 분담에 조화를 추구하면서 러시아에서 흘러나온 휴대용 핵무기를 테러리스트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갖는 의미는 무언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내가 블록버스터에 투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령 우린 '진주만'에 4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대부분 블록버스터가 미국적 사고 방식, 특히 미국의 애국주의와 영웅주의까지 제3국에 일방적으로 전파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할리우드 대작이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진주만'으로 일본에서 1억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릴 수 있었겠는가."

-제작자로서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어디다 두나.

"스토리·캐릭터·신·플롯 네 가지다. 특이하고 새로운 시선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물론 관객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신작 '배드 컴패니'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누구나 테러리스트에게 두려움을 갖는다. 그런 만큼 악당을 거듭 영화적으로 묘사하기란 쉽지 않다. 가령 나치 같은 경우는 누구나 악의 세력인 줄 알고 있으므로 설명이 필요없지만, 다른 경우는 매우 어렵다."

'배드 컴패니'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1980년대 후반부터 구상한 작품이다. CIA 요원과 핵무기상의 컨셉트를 떠올린 후 완벽한 대본 작업에 10여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하를 무대로 선택하고 작가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호평을 받은 감독 조엘 슈마허에게 연출을 맡긴 것도 그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것. 하지만 브룩하이머는 평소처럼 말을 아꼈다. 이번 영화에서도 미국식 영웅주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질문에는 핵심을 비켜나갔다.

뉴욕=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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