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흑백갈등 재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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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뉴욕=신중돈 특파원] 미국 백인 경찰의 흑인 소년 구타 사건이 '제2의 로드니 킹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경찰의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시위가 12일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졌다.

수백명의 시위자들은 이날 LA 교외 잉글우드의 경찰청사 인근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며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인종차별주의 경찰관은 사라져야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한 마틴 루터 킹 3세는 "30여년 전 만연했던 인종차별과 경찰폭력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면서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일 백인 경찰 제레미 모스가 흑인 소년 도너번 잭슨(16)의 머리를 잡아 경찰차 트렁크에 내리찍은 뒤 주먹으로 구타하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가 TV를 통해 공개되며 촉발됐다.

경찰은 잭슨이 직위해제된 모스의 고환을 움켜쥐며 경찰 검문에 불응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거액의 피해보상을 청구한 잭슨의 가족은 청각·언어 장애가 있는 잭슨이 경찰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구타 장면을 우연히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 사건을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미첼 크룩스가 11일 LA에서 체포된 후 병원에 후송됐다.

경찰은 크룩스를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로 연행했으며, 상처를 입었다고 호소해 남캘리포니아 대학 병원으로 옮겨 검사와 치료를 받게 했다고 밝혔다.

1992년 백인 경찰들이 흑인 로드니 킹을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되자 LA에서는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한인 상점 등이 약탈당하고 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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