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의 대부 獨 감독 '헤어초크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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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60·사진)가 찾아온다. 영화와 세상에 대해 광기에 가까운 분노를 터뜨렸던 그의 치열한 정신을 확인하는 자리가 잇따라 마련되는 것.

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11~20일)에서 그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기획한 데 이어 서울아트시네마(아트선재센터)에서도 헤어초크 회고전(20~25일)이 열린다. 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아귀레, 신의 분노'가 26일 서울 시네큐브에서 개봉된다.

헤어초크의 영화엔 이른바 정상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난쟁이·시각장애인·언어장애인·추방자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는 극단적 상황에 빠진 인물,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배경 삼아 서구 문명의 폭력성, 일반 사회의 편견 등을 파헤친 감독으로 유명하다. 헤어초크 회고전(www.kotheque.org,02-720-9782)은 부천영화제에서 소개된 영화에다 다른 작품을 더해 총 열편이 상영된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정상인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여인을 다룬 '침묵과 어둠의 땅', 자기보다 키가 작은 사람을 괴롭히는 난쟁이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풍자한 '난쟁이도 작아지기 시작했다', 빈곤과 계급의 한계 때문에 좌절하는 군인을 내세워 부조리한 독일 사회를 꼬집은 '보이첵' 등이다.

시네큐브에서 상영될 '아귀레, 신의 분노'는 아마존 밀림에 군대를 끌고 들어가는 스페인 장군의 과대망상적 행군을 다루고 있다. 페루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촬영할 때 감독이 주연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에게 "영화를 찍을테냐, 아니면 여기서 죽을테냐"고 한 말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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