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단속 계속 할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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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역 앞 버스정류장 옆에서 6년 동안 과일을 팔다 월드컵 기간 중 단속에 걸려 장사를 못했던 노점상 尹모(50)씨는 요즘 매일 구청과 서울시에 항의 전화를 한다. 월드컵도 끝났으니 제발 네 식구의 생계를 위해 원래 장소에서 장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尹씨는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는 곳에서 영업하면 불법이라는 대답만 듣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드컵 기간 중 '노점상과의 전쟁'을 벌였던 서울시가 월드컵이 끝나자 고민에 빠졌다. 단속을 계속하자니 노점상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단속을 풀자니 전시성 행정이었다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역 부근과 버스·택시 정류소, 횡단보도 주변 등 몫 좋은 곳에서 영업을 하다 철퇴를 맞았던 노점상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6월 말까지 지하철역 등 시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주는 공공시설 인근 노점상 4천3백여명을 단속해 3천4백85명(81%)을 추방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가 3백3명을 추방한 것을 비롯 용산·성북구 등 11곳이 단속대상 노점상을 모두 정비했다. 종로·중구·광진 등 14개구는 노점상 일부만 정비했다.

이 기간 중 행정조치는 과태료 1천5백95건(1억7천3백만원)등 모두 2천7백25건(2억5천6백만원)이었다.

그러나 전국노점상연합회 이필두(56)회장은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 현장에선 기념품을 파는 뜨네기 노점상들이 많았는데 '붙박이' 노점상만 당했다"며 "노점상을 독특한 도심 문화로 인정해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점상들은 특히 서울시가 위생 문제를 들어 조리 음식인 떡볶이·오뎅 등 전통 서민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하면서 햄버거·핫도그·샌드위치 등 외국에서 건너온 음식만 허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노점상 생계용으로 내놓은 취업교육·직업알선·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실효성이 작아 지원자가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점상 단속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나 일부 조정할 수는 있다"며 "이를 위해 기업형 노점상에 대한 연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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