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올림픽’한국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여성 작가 헤르타 뮐러,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황석영과 이문열, 최근 탈식민주의 이론가로 주목 받는 미국 버클리대의 압둘 잔모하메드 교수-. 세계적인 문학 연구자들과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다음달 15일부터 1주일간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리는 ‘제19차 국제비교문학회 세계대회’(ICLA·이하 대회)다.

3년마다 열리는 대회는 흔히 ‘문학올림픽’으로 얘기된다. 영문학·불문학 등 개별 학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학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비교문학이다 보니 다양한 언어권의 문학 전공자들이 참가한다. 쉽게 말해 여러 종목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규모도 매머드급이다. 42개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외국인 발표자만 500여 명에 이른다. 문학 관련 국제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보면 된다. 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기는 1991년 일본,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반쪽 대회’로 끝난 2004년 홍콩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집행위원장인 서울여대 조성원(영문과) 교수는 “한국이 경제 분야에 이어 인문학 분야에서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 있나= 대회의 주제는 ‘비교문학 영역의 확장(Expanding the Frontiers of Comparative Literature)’이다. 6개 분과에 걸쳐 300개 가까운 세션이 진행된다. 1개 세션은 보통 90분. 대개 세 명의 발표자가 각각 20분씩 발표하고 10분간 발표한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식이다. 다양한 주제의 세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다 보니 참가자들로서는 어떤 세션을 참관할지 고민일 듯 하다.

비교문학은 19세기 초반 생겨난 학문이다. 초창기에는 세계 문학 작품들의 공통점을 규명하거나 문학작품 간의 상호 영향 관계를 따지는 데 치중했으나 최근에는 ‘비교 대상’을 확장 중이다. 인접 학문인 철학·사회학 등을 끌어들여 문학 이외의 예술, 사회문화적인 현상 등을 ‘문학의 창’을 통해 해석한다. 서울대 박성창(국문과) 교수는 “개별적인 문학 연구가 제시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학 연구의 키워드들을 이번 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학, 얻는 것은=조직위 측은 이번 대회를 한국문학은 물론 한일병합, 6·25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 등을 거치며 변화해 온 한국사회를 알릴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한국 문학작품 분석을 통해서다.

‘스페셜 한국학 포럼’이 그 역할을 맡는다. 포럼은 30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100여 명의 소장 연구자가 주제 발표하고 황석영씨가 기조연설을 한다. 안도현·김영하·조경란·김연수·김중혁·김행숙·편혜영 등 젊은 작가들도 참여한다. 본지 이어령 고문, 소설가 이문열씨도 각각 별도 분과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번 대회는 포스코·삼성전자·대산문화재단·중앙일보 등이 후원한다.

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