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 '골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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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황금이 부활했다'.

최근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귀금속 시장에서 황금 장신구가 유행이다. 또 금광업계에서는 금값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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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0년대 이후 세계 패션 업계에서 백금과 은의 빛에 가려 있던 황금이 최근 부활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다채로운 의상을 만들어내는 세계 패션 업계가 금의 부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금광 업체를 대표하는 세계금협회(WCG)가 홍보비로 수천만달러를 쏟아붓는가 하면, 보석 디자이너들은 금으로 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금값이 달러 약세에 힘입어 잇따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호화.사치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7일 세계 시장에서 금은 트로이 온스(1트로이온스=31.1035g, 약 8.3돈)당 441.90달러로 거래돼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멜빈 커틀리 티파니 부사장은 "올해 금 관련 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이벤트 담당자인 재니 칼톤은 "최근 금이 화려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진주나 다이아몬드에서나 느꼈던 정교한 매력이 금 장신구에서도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싼 백금과 덜 비싼 은과 같은 귀금속은 쉽게 구별이 안 되지만, 금은 구별하기가 쉬워 위조가 어렵다는 점도 금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귀금속 업체들도 소비자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귀금속 체인점인 케리 주얼러는 요즘 금 제품을 팔 때 무게.길이보다는 로맨스나 감성에 주안점을 두라고 마케팅 담당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금 장신구는 그동안 미적인 기준보다는 무게.길이 등 재산가치에 따라 거래됐다.

금값의 상승은 패션 시장뿐만 아니라 금광업계에도 인수합병(M&A) 바람을 불어넣었다.

미국 금광업체인 골드코프는 캐나다 금광사업자 휘턴리버미네랄을 21억9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골드코프는 내년 1월 주총에서 주주 승인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금광을 운영하고 있는 글라미스골드도 30억달러에 골드코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지난 10월에는 세계 6위 금광회사인 남아프리카의 하모니가 세계 4위인 골드필즈에 합병을 제의했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37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내년 금값은 올해보다 6% 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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