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정두언 전대 단일화 ‘돌발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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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단일화 변수가 돌출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원조 소장파 남경필(4선·수원 팔달) 후보와 친이계 소장파인 정두언(재선·서울 서대문을) 후보가 9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남 후보는 중립, 정 후보는 친이계로 계파는 다르지만 “단일화된 후보를 대표에 당선시켜 당의 변화와 쇄신, 화합을 추진하겠다”며 손을 잡았다.

두 후보의 단일화는 1인 2표 선거의 특성상 4명의 후보가 나선 친박계의 ‘교통 정리’와 각 후보 간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 후보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비전 발표회 직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 인물로 당의 얼굴을 세우지 못하면 국민이 당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둘 중 한 사람만 희생하면 기존 낡은 체제를 깨고 새 대표를 세우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단일화 방식은 10일과 11일 이틀간 대의원 70%, 일반 국민 30%의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11일 오후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 상위 10개 여론조사기관 중 추첨으로 2군데를 선정하고 각 기관이 대의원 1000명, 국민 1000명(총 4000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다. 설문도 두 사람만 넣는 게 아니라 전당대회 방식처럼 12명 후보 모두를 넣어 조사를 한 뒤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를 단일 후보로 정하기로 했다.

남·정 두 후보는 16대 국회 초반 당내 개혁성향 의원·당협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함께 활동했다. 18대 총선 직전인 2008년 초엔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함께 주장했다. 두 후보는 8일 늦은 오후부터 9일 새벽까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출마자들 중 상대적으로 개혁성향으로 분류되는 두 후보의 단일화는 안상수·홍준표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1인 2표제인 현재 시스템에서 첫 번째 표는 물론이고 두 번째 표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당 쇄신과 세대 교체론이 새롭게 주목받을 수도 있다. 정 후보 측 인사는 “정 후보와 남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안 후보, 홍 후보보다 앞선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쇄신’을 내건 김성식 후보가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아 개혁성향 표의 완전한 응집을 끌어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안·홍 후보 측은 “단일화가 전대 판세를 크게 바꾸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내심 어떤 후보와 제휴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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