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한·일 협정 문서 공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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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1965년 12월 이동원 당시 외무장관(左)과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한.일협정 가조인을 끝내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 1965년 6월 이동원 당시 외무장관과 시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무장관이 서명한 한.일협정 조인서.

정부는 28일 한.일 협정 관련 문서 중 일부를 공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1200여쪽에 달하는 문서철 다섯 권을 먼저 공개키로 했다"며 "내년 1월 17일부터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일 협정 관련 문서를 둘러싼 논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가 상당한 외교적 부담 등을 감수하고 공개를 결정함에 따라 한.일 협정 재협상 및 추가 보상 문제 등 핵심 쟁점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이번에 공개될 문건은 ▶1963년 제6차 한.일 회담 청구권 관계 자료 ▶64년 속개된 제6차 한.일 회담 청구권위원회 회의록 및 경제협력 문제 ▶65년 제7차 한.일 회담 청구권 관계 회의 보고 및 훈령 1, 2권 ▶제7차 한.일 회담 청구권 및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내용 설명.자료 등이다.

이 차관보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정부 행정의 투명성 증대 차원에서 관련국과의 협의를 거쳐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적극 공개키로 한 것"이라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일 협정 관련 문서나 다른 외교문서도 국가안보 등 법률이 정한 공개 예외 사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공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도 공개에 반대하지 않았고, 부분 삭제 요구도 전혀 없었다"며 "현 시점에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정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상 문제와 관련, 이 차관보는 "각종 민원을 접수하고 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기획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2심에 계류 중인 소송은 조만간 취하할 방침이다.

◆ "한.일 과거사 논란 매듭 효과"=이번 공개 결정엔 어떻게든 '과거사'를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노무현 대통령도 내년 광복 60주년, 한.일 협정 체결 4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설계하려면 과거사 논란이 일단락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과거사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어차피 한.일 협정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는 점과 시민단체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공개하는 모양새보다는 정부가 먼저 밝히고 나서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최대 쟁점은 재협상과 추가 보상 문제다. 시민단체들은 "협상 당시 일본 측은 한국인 피해 실태를 개별적으로 조사해 보상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한국 측이 배상금을 한꺼번에 받아 일괄 처리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개인 청구권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만큼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당시 정부가 총 8억달러를 일본 측으로부터 건네받고서도 극소수의 피해자에게만 보상한 만큼 당연히 추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간 협정 당사자에는 정부는 물론 국민과 개별 기업도 포함되는 만큼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추가 보상에 대해서도 75~77년 세 가지 한시입법을 제정해 8552명의 유족에게 사망자 1인당 30만원씩 지급했으며, 이후 82년 법이 폐지되면서 개인 보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사라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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