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대출 금리 사상 최저치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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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 침체 속에 지난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린데 따라 금융회사의 예금.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11월 중 금융회사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저축성 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3.42%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에 1000만원을 예금했다면 1년 뒤 이자에서 세금 16.5%를 빼고 28만5570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해 물가상승률 3.6%(한은 추정치)를 감안하면 은행에 예금할 경우 1년에 7만4000여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지난달 대출평균금리도 전달보다 0.11%포인트 떨어진 연 5.6%를 기록해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 은행이 고금리 특판예금 판매 경쟁을 벌여 예금금리가 올랐을 때 이후 4개월 만이다.

한은은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우량기업 위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지난달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달 한은의 콜금리 목표치 인하로 인해 시중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금리에 연동돼 있는 은행 대출금리도 덩달아 내려갔다.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저축성 예금의 금리는 정기적금이 연 3.5%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정기예금 3.45%▶상호부금 3.4%▶주택부금 3.28% 순이었다. 시장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 상품의 경우 금융채가 연 3.5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양도성예금증서(CD) 3.43%▶표지어음 3.36%▶환매조건부채권(RP) 3.18% 등이었다.

가계대출은 주택 담보대출의 금리가 연 5.47%로 가장 낮았고 신용대출 5.53%, 보증보험 대출 5.66%, 예.적금 담보대출 5.75%의 순이었다. 이 중 신용대출 금리가 낮은 것은 담보대출이나 다름없는 아파트 집단대출이 신용대출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입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중도금.잔금 등을 빌려주는 아파트 집단대출은 사실상 담보대출이지만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지기 전에 대출이 나가기 때문에 신용대출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박승환 차장은 "씨티은행의 출범 이후 은행권에서 특판예금 판매 경쟁이 붙어 예금금리 하락세는 둔화된 반면 대출금리는 우량기업 위주 대출 관행이 굳어지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 실질금리 마이너스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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