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판매도 '골든 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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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회사원 이영현(39)씨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실감나는 화면을 보기 위해' 디지털TV를 구입키로 마음먹었으나 아직 실천하지 못했다.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다양한 제품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 등에는 연일 디지털TV 광고가 넘쳐 나는데 제품별 차이는 무엇인지, 디지털신호 수신기인 셋톱박스를 따로 사야 하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디지털TV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데 아직 선뜻 결심이 서지 않는다.

실제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지난 5월의 디지털TV 판매실적은 7만5천대로 4월에 비해 60%나 늘었다. 정통부 이재홍 과장은 "5월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디지털TV는 총 76만9천대"라며 "월드컵 덕에 디지털TV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제품 있나=디지털TV란 프로그램의 제작·전송·수신 등 전 과정이 디지털 기술로 처리돼 신호의 손상이 없는 고선명 화질을 볼 수 있고 주문형 영화 등 부가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방송을 뜻한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TV는 디스플레이(화면장치)방식에 따라▶완전평면TV▶프로젝션TV▶벽걸이TV(PDP-TV)▶액정화면TV(LCD-TV)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완전평면TV는 브라운관 굴곡으로 생기는 화면 찌그러짐 현상 등을 없앤 제품이다. 화면에서 반사된 주변의 빛이 평면에 의해 분산돼 눈이 부시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29~36인치가 대부분이다.

일반 컬러TV로는 대형 화면을 구현하기 어려운데 이를 극복한 것이 프로젝션TV다.

소형 음극선관과 광학거울·스크린 등을 이용, 투사방식으로 대화면 영상을 재현해 42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이 가능하다.

벽걸이TV는 벽에 걸어놓고 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2개의 평판유리 사이에 투명전극을 만들고 이 사이에 방전가스를 넣은 뒤 빨강·초록·파랑의 형광체를 발광시켜 영상을 재현시킨다. 두께는 얇지만 열이 많이 나서 이를 식히기 위한 팬 때문에 소음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60인치 이상 대형화면도 만들 수 있다.

액정화면TV는 노트북 컴퓨터처럼 액정화면을 사용하는 제품. 전력 사용량이 28와트(W)로 브라운관 방식의 3분의1에 불과하고 전자파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크기는 15인치부터 40인치까지 다양하다.

◇HD급과 SD급의 차이는=이런 디지털TV들도 선명도에 따라 SD(Standard Definition:표준 화면)급과 HD(High Definition:고선명 화면)급으로 나뉜다. HD급은 일반 아날로그TV보다 주사선이 배 이상 많아 아날로그와 대비해 5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SD급은 주사선이 많지 않고 대신 2중 주사선 방식을 사용해 아날로그보다 화질이 배 정도 선명하다. SD급은 HD급에 비해 값은 싸지만 선명도가 떨어져 점점 인기를 잃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주요 디지털TV 생산업체들은 최근 SD급 제품의 생산을 거의 중단하고 HD급 제품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16대9인 제품도 나와 기존 TV방식(4대3)보다 역동적인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셋톱 박스는 필요한가=디지털TV를 샀다고 디지털 방송을 다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셋톱 박스 등 수신 장치가 있어야 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하다.

요즘 출시되는 디지털TV는 셋톱박스 기능이 TV수상기에 들어 있는 일체형과, 셋톱 박스를 따로 사서 연결해야 하는 분리형으로 나뉜다. 셋톱 박스 가격은 보통 8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가격과 빈약한 콘텐츠=디지털TV 생산업체들의 꾸준한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품 값은 비싼 편이다.

29인치 평면디지털TV가 1백30만원. 벽걸이TV의 경우 60인치급이 1천만원을 넘는다.

여기에다 디지털방송용 콘텐츠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 김영윤 상무는 "하반기부터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가격이 더 내려가면 디지털TV가 대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고화질(HD)디지털 방송. HD로 중계되는 월드컵 경기를 본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화면의 5배에 이른다는 선명도에 감탄한다. 풀샷으로 잡힌 경기장 관중석의 빈자리 하나하나까지 셀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또렷함을 제외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월드컵을 앞두고 2백60여만원을 들여 32인치형 HDTV를 구입한 문영기(39)씨는 "HD로 중계되는 화면이 너무 밋밋하고 단조로워 일반 화면으로 돌려서 보고 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HD용 중계 화면이 단조로워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 우선 FIFA의 주관방송사인 HBS가 제작하는 일반 화면이 경기당 19~23개의 카메라를 동원하는 데 비해 한·일 방송국이 자체 제작하는 HD화면은 8개의 카메라만 쓰기 때문에 앵글이 다양하지 않다.

HD중계 특성상 원거리샷을 주로 쓰는 것도 한 이유. SBS 기술운영팀 박영수 부장은 "박진감을 위해서는 클로즈업 화면을 자주 써야 하지만, HD수상기가 주로 대형인 점을 감안해 HD중계 때는 클로즈업 기법을 자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방송사가 내세우는 스타급 캐스트와 해설진들의 입담을 들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일반화면과 HD 화면이 다르다 보니 TV화면에 맞춰 멘트를 해야 하는 중계진도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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