院구성 협상 성의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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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8일 오전 11시 국회 귀빈식당. 원 구성을 위해 한나라당 이규택(揆澤)총무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가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두 총무는 아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담은 20분 만에 끝났다.

이날 민주당 鄭총무는 노무현(武鉉)당 대통령후보의 재신임 문제를 놓고 시끄러운 당 내부 사정 때문에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인 듯했다.

회담 전 鄭총무는 피곤한 얼굴로 "적당히 이기고 져야 되는데 어느 한쪽이 확 무너지니 부담이 온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제 승자가 됐으니 한나라당이 여유있게 나오겠지"라고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 최대 쟁점인 국회의장 선출문제에 대해 총무가 자유투표를 제안했지만 鄭총무는 "당이 경황도 없고 의원총회도 열어야 하니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鄭총무는 상임위원장은 상반기 국회처럼 9(한나라당):8(민주당):2(자민련)로 배분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원내과반수를 달성한 한나라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둘은 다음 협상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공전의 부작용은 점차 커지고 있다.

사채업자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대출이자의 상한선을 정하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는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안' 등 10여건 이상의 시급한 민생법안이 두달 넘게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의원 네명의 사퇴서가 처리 안돼 해당 의원실에 안줘도 될 급여가 나갈 판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자유투표를 수용한 이상 민주당도 이에 따라 의장선출 절차를 밟는 게 순리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DJ와 손을 끊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판에 국회에선 '정책여당'임을 주장하며 의장직을 갖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선거사상 유례없는 참패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국회부터 챙기라는 주문이 야박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이 진정으로 떠나간 표심(票心)을 되찾으려면 당내 주도권 쟁탈전에 골몰하기보다 성실한 원내 활동을 통해 '서민정당'의 면모를 가다듬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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