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대재앙] "푸켓에만 한국 여행자 1000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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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과 해일의 피해가 컸던 태국 푸켓으로 관광갔던 한 여행객이 27일 인천공항에 입국해 마중나온 딸과 포옹하고 있다.김상선 기자

지난 26일 동남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로 이 일대 휴양지들이 큰 피해를 보자 당초 이 지역으로 떠나려던 여행객 대부분이 일정을 취소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은 태국 푸켓 등 피해가 심한 곳의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이미 예약된 상품에 대해서는 환불해주는 등 긴급 대책에 나서고 있다. 또 여행사들은 현지로 보낸 여행객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면서 자체 피해조사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연시를 맞아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온 관광객은 약 15만명에 달하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여행객이 동남아 여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관광업계는 보고 있다.

◆ '제2의 사스파동'우려=연말연시의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여행사들은 동남아 피해지역을 예약했던 여행객 대부분이 취소와 환불을 요구하고 있어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 여행업체인 H여행사의 경우 이번 주 푸켓 등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던 80명이 전원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L여행사는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지 않았던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 지역 여행객들도 20~30%가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T여행사 김모 과장은 "지난해 3월 동남아 등에서 급속히 퍼졌던 사스로 대부분 여행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업계에서는 태국 등지에는 내년 1월까지 한 달간 여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거나 피해 지역으로 떠나기로 했던 여행객들에게 필리핀.괌.사이판 등 안전한 지역으로 예약을 바꿔주고 있다.

◆ 피해집계 혼선=동남아 지역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여행사들의 자체 조사 결과 27일 오후 현재 실종자 수는 20여명이 넘고 부상자도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H여행사 관계자는 "푸켓 현지에 남은 48명 중 9명이 연락이 두절됐다. 가장 피해가 큰 푸켓 근처 피피섬에 갔던 사람들이라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체여행이 아닌 배낭여행을 떠난 대학생 등은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어 피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콕 주재 KOTRA 주재덕 관장은 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배낭 여행객 등을 포함하면 푸켓에만 1000여명이 넘는 한국 여행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현지 통신시설 등이 두절돼 대사관 등에서 피해 정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실종.부상자 가족 현지로=피해지역과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27일 오후 7시50분 실종자 및 부상자 가족 7명이 대한항공 KE 637편으로 태국 푸켓으로 떠났다.

사돈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 오모(48.경기도 부천)씨는 "제수씨(이미옥.36.서울 목동)와 큰 조카(초등 5년)는 실종되고, 동생은 다리를 심하게 다쳐 오늘 수술한다고 얘기 들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으로 공항에 앉아 있던 임모(65)씨는 "아들과 손자는 살아 있는데 며느리.손녀와 연락이 안 된다"며 "가족의 생사도 모르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여행을 담당한 H투어의 주선으로 푸켓으로 향했다. 이들을 인솔한 H투어 관계자는 "일단 가족들을 병원과 피해지역 등으로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문.임장혁.이수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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