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즐기며 짬짬이 비즈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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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일 월드컵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해외 기업인들의 방한도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자국팀의 경기나 '빅 매치'를 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축구 매니어들로 경기 관람 도중에도 사업하랴 홍보하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쾌조의 3연승으로 1차 예선을 통과한 브라질에선 브라질 수출진흥공사(APEX)의 엘리오 마우로 프란사 총괄본부장 등 현지 경제인들이 이달 초부터 한국에 머물며 브라질의 산업·문화를 소개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행사에는 브라질 식품산업연합회,섬유·의류산업 연합회,보석·귀금속산업연합회, 환경위생·화장품산업 연합회,브라질 관광청 등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지난 3일 터키와의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경기장 주변에서 경기 관람과 함께 '비바, 브라질 파이팅!'이란 홍보 이벤트를 열었다. 13일 코스타리카전 때엔 국내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브라질의 밤' 축제 행사도 했다.

한국 팀의 선전으로 16강 진출 행운을 얻은 미국계 기업인들도 속속 입국하고 있다. 미국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에서 본사·아태지역 임원들이 경기 관람을 겸해 한국을 찾고 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보유 기업인 미국 퀄컴의 어윈 제이콥스 회장은 지난 11일 입국해 SK텔레콤·KTF·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통신 관련 업체 사람들과 만났으며 13일 중국-터키전을 관람한 뒤 돌아갔다.

96개국에 3천6백여개의 커피체인점을 갖고 있는 포르투갈 델타 커피의 곤잘레스 나이베루 사장은 지난 10일 50여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와 14일 한국-포르투갈전을 관람했다.

나이베루 사장은 경기 전날 한국의 ㈜SEKO 류석호 사장과 2천만달러의 투자 약정을 체결하고 서울 명동 '델타 커피 코리아' 1호점 개점식에 참석했다. 나이베루 사장은 포르투갈팀의 간판 스타인 루이스 피구를 TV광고 전속모델로 삼고 있는 축구팬이다.

16강전에서 잉글랜드에 패한 덴마크는 지난달 31일 요하임 덴마크 왕자와 플레밍 아게르가드 덴마크 외무부 투자국장, 전자업체인 플렉트로닉스 인터내셔널의 피터 힌럽 최고경영자(CEO), 광대역 인터넷 기술업체인 키스 테크놀로지의 피터 윌마 크리스텐센 대표 이사 등이 방한해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영국 최대의 우주항공업체인 BAE시스템스의 스티브 미건 아시아 담당 사장도 한국을 찾아 국내 사업 현황을 알아보고 중국-터키전 등을 즐겼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미건 사장도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모국 선수팀이 예선에서 탈락한 국가의 경우 방한을 포기하는 기업인들도 많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관계자는 "한국에서 응원도 하고 사업 상담도 하려던 유럽 기업인들이 1차전 탈락 이후 방한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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