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열기'코 앞서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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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탈리아가 '붉은 응원 열기'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게 됐다.

18일 오후 8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이탈리아와 16강전을 치르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네 경기만에 처음으로 축구 전용구장에서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를 부산·대구·인천 등 모두 종합경기장에서 치렀다. 한국의 10개 월드컵 경기장 중 축구 전용구장이 7개고, 3개만 종합경기장인데 한국팀은 바로 그 세 곳에서 경기를 치렀다.

축구 전용구장은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맞붙어 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육상 트랙이 있는 종합경기장에 비해 응원의 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한국팀은 이제 비로소 제대로 된 홈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팀은 지난해와 올해, 서울·서귀포·수원 등지에서 치른 수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축구 전용구장의 응원 위력을 절감했다.

특히 상대팀 골키퍼의 경우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30m 이상 떨어져 있는 종합경기장에 비해 7~8m밖에 되지 않는 전용구장에선 뒤쪽 응원단이 쏟아내는 함성과 야유, 그리고 수시로 날아드는 응원용 종이조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필드 플레이어들도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플레이가 위축되게 마련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16일 "대전이 전용구장인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난 세 경기에서 한국 관중의 응원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열광적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관중이 그라운드와 가까이 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경기 스케줄이 발표됐을 때 홈팀인 한국이 하필이면 모두 종합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게 돼 응원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목표인 16강 진출을 이룩하면서 '전용구장 응원'이라는 보너스까지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

대전=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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