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과 교류 일부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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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중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을 방문한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이 27일 출국 직전 타이베이 장제스 공항에서 환송 나온 지지자들과 환담하고 있다.[타이베이 AP=연합]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냉각 일로인 중.일 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했다. 열렬한 대만 독립주의자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일본 방문이다.

리 전 총통은 27일 저녁 첫 방문지인 나고야(名古屋)에 도착했다. 15일간의 관광 비자를 발급받았다. 내년 1월 2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관광할 예정이다. 비자 취소를 요구해 온 중국은 "양국 간 공식 교류를 일부 중단하는 등 항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리 전 총통은 2001년 신병 치료차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은 그때 리펑(李鵬) 당시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의 방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리 전 총통은 한족이고, 국민당 출신이다.

그러면서도 양국론(兩國論)을 주장, 대만 독립운동의 불을 지폈다. 퇴임 후에도 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분열주의자에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한 양국 공동선언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정치인이 아닌 개인으로 방일해 관광하겠다는 리 전 총통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의 요구는 내정간섭이라며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리 전 총통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고 일본군 소위 계급장까지 달았던 대표적 친일파다. 일본의 대만 지배에 대해 항의한 적이 없다. 오히려 긍정적 견해를 보인 적은 있다. 일본 우익세력은 군국주의 정당화에 리 전 총통을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 우익 논객인 만화가 고바야시(小林) 요시노리는 리 전 총통 등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2001년 '대만론'을 출판했다. 책에서 "대만이 민주주의를 이루고 경제발전을 한 것은 일본의 지배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연유로 일본 정부가 비자를 발급한 데는 우익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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