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라울 '반지의 제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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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공중제비, 혀 내밀기, 옷 벗기,집단으로 춤추기….

32개국 선수들이 펼치는 다양한 골 뒤풀이(골 세리머니)는 월드컵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10일 현재까지 터진 골은 모두 81개. 그만큼 다채로운 골 뒤풀이가 뒤따랐다.

◇공중제비 형=나이지리아의 아가호와는 지난 7일 스웨덴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뒤 무려 일곱번의 공중제비 묘기를 했다. 나이지리아 체조협회가 체조선수로의 전직을 제안할 정도였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독일의 클로제도 공중제비 돌기가 전문이다. 그러나 클로제는 아가호와의 묘기를 보고는 '나는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새로운 골 뒤풀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루디 러 감독이 밝혔다. 국내에선 고종수(수원 삼성)가 공중제비의 고수다.

이 묘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연성과 순발력이 없으면 다치기 십상이다. 실제로 국내 프로리그에서 크로아티아 용병 밀라이모비치 샤샤(포항)가 2000년 공중제비를 선보이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한동안 고생했다.

◇용용 죽겠지 형=스웨덴의 '득점기계'인 헨리크 라르손이 애용한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린 뒤 붉은 혀를 불쑥 내밀었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드리블하거나 슛할 때의 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대표팀에서 탈락한 이동국(포항)은 골을 성공시킨 뒤 그라운드에 누워 팔베개를 한 채 혀를 내밀어 소녀 팬들을 열광시킨다.

◇어퍼커트 형=복싱 경기를 하듯 주먹을 치켜올리는 동작이다. 촌스러운(?) 스타일이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 스페인전 때 동점골을 넣은 서정원이 멋있게 올려붙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여러차례 이런 동작을 보여준다.

◇누드 형=남미와 아프리카 선수들은 웃통 벗기를 즐긴다. 세네갈의 미드필더 살리프 디아오의 단골메뉴다. 그는 지난 6일 덴마크전에서도 몸매를 자랑하듯 골을 터뜨린 뒤 윗옷을 벗어던졌다.

◇나 잡아봐라 형=골을 넣고는 어디론가 무조건 달려간다. 국내 선수 대부분은 이 수준이다. 폴란드전 때 골을 넣은 황선홍과 유상철이 그랬고, 잉글랜드의 '폭주 기관차'인 마이클 오언도 이 부류에 속한다. 심한 선수는 축하하려는 동료 선수까지 뿌리치고 달려가기도 한다.

◇키스 형=손에 낀 반지에 키스를 한 뒤 날려보낸다. 안정환 선수가 애용한다. 일명 '애처가 형'이다. 스페인의 천재 골잡이인 라울이 원조다. 그는 결혼하기 전 탕아로 불렸지만 결혼한 뒤 애처가로 돌변해 이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댄스 형=몸이 유연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자주 쓴다. 미국 월드컵 때 카메룬의 밀러는 골을 넣은 후 코너플래그를 붙잡고 환상적인 엉덩이춤을 선보였고, 나이지리아·세네갈 선수들은 한데 뒤엉켜 흥겹게 춤을 춘다.

◇우리 아기 예쁘지 형=이번 대회에서 새로 선보인 골 뒤풀이. 남아공의 놈베테와 크로아티아의 올리치는 아들 사진을 프린팅한 언더셔츠를 보여주며 자식 자랑까지 함께 했다.

특별취재단

선수들의 다채로운 골 뒤풀이는 월드컵의 또 다른 볼거리다. 사진은 위로부터 나이지리아팀 아가호와의 공중제비 돌기와 아일랜드의 로비 킨, 카메룬의 파트리크 음보마의 독특한 골 뒤풀이 모습.

[고베·니가타 AP=연합, 요코하마 로이터=뉴시스]

지난 4일 폴란드전에서 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두팔을 벌려 기뻐하는 유상철 선수(左). '반지의 제왕' 안정환 선수의 골 뒤풀이 모습(右).

스페인의 모리엔테스·브라질의 호나우두·일본의 이나모토·미국의 맥브라이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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