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축구 새 장 연 이나모토 송곳슛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6월 9일 오후 10시18분 요코하마 국제경기장. 일본 축구의 새 장이 열렸다.

월드컵 본선 첫 승리의 순간. 푸른 물결의 스탠드는 "만세"소리로 넘쳐났다. 한·일 공동 응원단 'KJ클럽'도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일본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악수를 청했다. 한국의 월드컵 첫승 이후 닷새 만에 얻은 공동 개최국 일본의 승리였다.

그라운드는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좀처럼 상대에 대해 야유를 하지 않던 일본 관중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러시아 선수가 소개될 때마다 일제히 "우-"하며 기를 죽이려 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이나모토 준이치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잽을 던졌다. 이후는 러시아의 두터운 미드필드진에 일본이 밀리는 양상. 15분 일본에 결정적 위기가 지나갔다. 개인기가 워낙 좋아 '러시아의 마라도나'로 불리는 이즈마일로프가 오른쪽 페널티지역을 돌파하며 오른발 슛을 날렸고, 볼은 골대를 스치듯 아웃됐다.

27분 일본도 선제골 기회를 잡았다. 왼쪽을 완벽하게 돌파한 나카타 고지가 크로스, 수비를 맞고 나온 볼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나카타 히데토시가 강한 왼발 슛을 날렸으나 볼은 크로스바를 휙 지나가 버렸다.

후반 6분 일본의 결승골은 오노 신지의 예리한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날카롭게 휘며 파고든 볼에 야나기사와 아쓰시가 슬쩍 발을 댔고, 이나모토가 골키퍼와 마주 선 상태에서 오른발 슛, 골 그물을 크게 흔들었다. 이나모토의 두 경기 연속골이었다.

골을 얻은 지 7분 후. 일본은 큰 위기를 맞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전문 골잡이'베샤스트니흐가 오프사이드 함정을 돌파, 골키퍼까지 제치고 날린 슛이 옆그물을 때렸다.

위기를 넘긴 일본은 26분 미드필드에서 슬금슬금 드리블하던 나카타가 기습 중거리 슛을 날렸다. 볼은 크로스바를 강하게 맞고 튀어나왔다.

30분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오노·이나모토를 핫토리 도시히로와 니시자와 아키노리로 잇따라 교체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급해진 러시아 선수들이 중장거리 슛을 펑펑 날려댔으나 '홈런볼'아니면 골키퍼 나라자키 세이고의 가슴에 안기는 볼이었다.

요코하마=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