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맞은 '허벅지 슛' 남아공 첫승 맛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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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슬로베니아의 즐라트코 자호비치는 유럽 지역 예선 8경기에서 4골을 기록한 골잡이이자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플레이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런 자호비치가 팀내 불화로 지난 6일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자호비치가 빠진 슬로베니아의 공격은 매서움도, 매끄러움도 없었다.

슬로베니아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져 2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반면 남아공은 두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첫승을 올렸다. 남아공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첫 출전해 2무1패를 기록한 바 있다.

1승1무(승점 4)의 남아공은 전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스페인에 이어 조 2위를 굳게 지키며 16강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결승골이 된 남아공의 선제골은 이번 대회 최단 시간인 전반 4분 만에 터졌다. 슬로베니아 왼쪽을 파고들던 테보호 모쿠나가 프리킥을 얻어냈다.

골문까지 거리는 40여m. 직접 슈팅을 날리기에는 좀 먼 거리였다. 키커로 나선 퀸턴 포천은 슬로베니아 골문 앞으로 길게 공을 감아 올렸다. 골문 앞에서 먼저 뛰어오른 것은 베네딕트 매카시였다. 슬로베니아 수비수들은 매카시를 막기 위해 그에게 몰렸다.

하지만 공은 매카시의 머리 위로 지나쳤고 뒤쪽의 시야봉가 놈베테가 헤딩슛을 하기 위해 머리를 갖다댔다. 놈베테는 타이밍을 잘못 맞췄다.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공은 놈베테의 허벅지 부근에 맞고 골키퍼가 예측하지 못한 쪽으로 방향을 바꿔 그물을 흔들었다.

남아공은 선제골을 넣은 뒤 더욱 기세를 올렸다. 전반 19분에는 포천의 절묘한 스루 패스를 받은 매카시의 슈팅이 슬로베니아 골키퍼 마르코 시메우노비치의 선방에 막혔고, 44분 맥베스 시바야의 중거리포는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는 바람에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들어 슬로베니아의 공격이 살아날 조짐을 보였지만 이번엔 카타네츠 감독이 팀의 상승세에 찬물을 부었다.

카타네츠 감독은 후반 초반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지나치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슬로베니아의 코치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카타네츠 감독과 벤치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이 경기를 지휘했다. 슬로베니아는 후반 26분 나스차 체흐의 헤딩슛과 26분 아미르 카리치의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노려봤지만 남아공 골키퍼 앙드레 아렌제의 선방에 막히며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대구=장혜수·문병주 기자

"스페인도 해볼 만"

▶조모 소노 남아공 감독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승리하러 온 것이기에 만족한다. 초반 득점이 주요했다. 스페인도 선수들이 부담감만 줄인다면 이길 수 있다. 미국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세네갈이 프랑스를 이겼듯이 축구란 결과를 모르는 것이다."

"심판 판정에 불만"

▶슈레치코 카타네츠 슬로베니아 감독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오늘 경기에서 심판이 어떤 판정을 했는지 잘 알 것이다. 오늘 우리 팀은 잘했다. 이미 우리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로 그들이 훌륭하다는 걸 증명했고 여기에 온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세번째 경기도 제대로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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