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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해외자원 개발 손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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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유가 여파로 올해 원유를 비롯한 석탄.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 자원의 수입액이 400억달러를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11월까지) 383억달러보다 99억달러(29%) 증가했다.

이 수치는 올해 TV.에어컨.냉장고.세탁기.VTR 등 가전제품 수출액 93억달러보다 큰 것이다. 즉 전자제품을 열심히 내다 팔아 번 돈으로도 늘어난 에너지 수입 부담을 채 감당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화력발전소와 시멘트 산업에 필요한 유연탄 소비증가액이 무려 76% 급증한 40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아직도 에너지 수급이나 원자재 파동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산업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자원마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니켈.구리.철광석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다소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 현상이다. 자원을 선점하고 있는 나라들이 언제라도 생산을 중단하거나 공급을 하지 않을 때는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원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선진국들은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 개척 등으로 광물자원을 선점했고, 지금도 다국적 광업회사와 금융시장을 통해 세계 자원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해외자원 개발에 뛰어들어 철.구리.아연.유연탄.우라늄.희토류 등 전략광물의 자주개발률이 18.2%에 달한다. 현재 해외에서 17개 생산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2010년까지 22개 사업을 더 늘려 모두 39개 생산사업을 추진해 자주개발률을 26%까지 올린다는 계획이 있다. 해외자원개발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지금이 바로 새롭게 자원개발을 시작할 때라고 본다. 해외에 눈을 돌리면 아직도 미탐사 지역이 많다.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칠레.페루.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들이 그렇다. 특히 남미지역은 이번 대통령의 남미순방시 정상 외교를 통해 처음으로 자원개발에 진출키로 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아야 한다. 정부는 투자위험이 큰 탐사단계에서는 광업진흥공사가 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검증된 유망 프로젝트에는 정밀 조사부터 민간기업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기업의 해외투자 촉진을 위해 융자 지원을 확대하고 투자 세액공제 등 재정.세제.금융 지원을 늘리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 혼자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기업이 해외투자를 통해 원료자원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들어 여러 기업이 해외광산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단기적 성과만 염두에 둔 자원개발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21세기는 자원전쟁이다. 70년대 농업을 일으키는 데 녹색 혁명이 있었다면 2000년대는 자원혁명을 일으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토록 해야 한다.

박양수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