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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구조개선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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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축산 배설물은 메탄가스의 37%, 질소산화물의 65%를 발생시킨다. 특히 메탄가스는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72배나 크다. 그뿐 아니다. 축산업은 수질오염의 주요인이 되는 살충제의 37%와 항생제의 50%를 사용하며, 질소와 인의 3분의 1, 산성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암모니아의 3분의 2를 발생시킨다.

축산업의 물 수요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쇠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15.5t의 물이 필요하다. 같은 양의 밀 생산보다 15배 이상, 콩보다 43배, 그리고 감자보다는 무려 60배 이상 들어간다. 같은 육류라도 쇠고기는 닭고기보다 4배, 돼지고기보다는 2.5배나 많은 물을 소비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쇠고기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인구밀도가 높고 그나마 좁은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여서 대부분의 사료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형적 축산구조에서는 수질오염과 수자원의 낭비 사태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한국은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다.

우리가 농업구조를 개선하고 축산물을 수입으로 전환하면 연간 84억t의 용수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댐의 용수 공급 능력을 감안하면 소양강댐을 7개 건설한 것과 맞먹는다. 따라서 축산물의 수입은 우리나라의 가용 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성장의 잠재력을 확대시키고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인구밀도가 강우량에 비례하는 것은 수자원이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첨단산업이 발달할수록 물의 수요는 급증하게 되므로 용수 공급량은 성장의 한계를 규정한다.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농·축산업 구조를 친환경적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예와 육종 분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래 한반도가 생성되었을 때의 하천은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넓었다. 그러나 목재와 땔감을 조달하기 위해 남벌한 결과 하상(河床)에 70억m³의 토사와 골재가 퇴적돼 장마 때마다 상습적으로 범람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1300여 명이 홍수로 사망했고, 19조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28조원의 복구비가 투입됐다. 천문학적 액수의 예산을 들여 제방을 보수하는 미봉책으로는 하상이 계속 높아져 이러한 재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전국의 모든 하천을 준설(浚渫)해 원상 복구하고, 기존 1만8000개의 저수지도 준설 보강하면 26%에 불과한 강수 이용률을 3분의 1 증가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배증시킬 것이다. 오랫동안 방치돼 오염된 전국의 하천들을 원상 복구하면 고질적 홍수 피해를 예방하고, 경제성장의 제약조건인 용수량을 확대하며, 수질을 개선시키고 내륙 오지들을 수운(水運)으로 국제시장과 직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