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행될 증권 집단소송… 대법, 남발 막을 대책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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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시행 규칙이 마련됐다.

대법원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내년 1월 1일 시행됨에 따라 소송의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집단소송규칙을 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법원은 소장 접수 10일 이내에 소 제기 사실을 일간지에 공고해야 하며 이를 위한 비용을 원고가 납부하지 못할 경우에는 소를 각하할 수 있다. 또 소송비용을 국고가 대납할 수 없도록 해 원고가 소송비용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소송을 허가하지 않거나 진행 중인 소송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일반 민사소송에서는 원고가 소송비용을 마련할 수 없을 경우 제한적으로 국고대납을 신청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송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민사소송보다 엄격한 절차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허가해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간 뒤에도 법원은 증거 보전 신청이 있을 경우 해당 증거 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신청인을 상대로 신문하도록 했다. 원.피고 측이 재판 지연 등을 목적으로 무분별한 증거 조사를 신청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또 소송과정에서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원.피고 간 조정 등 화해가 이뤄졌더라도 합의내용을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간과 비용의 절약을 위해 법원이 소송허가를 내리기 전에 성립된 원.피고 간의 화해도 인정하기로 했다.

소송에서 원고가 이겨 승소금을 받을 경우 원고 측 대표자가 개인 명의로 돈을 보관하지 못하게 하고, 분배 잔여금도 법원이 정한 절차에 따라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분배 과정에서 일어날 분쟁의 소지를 막도록 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집단소송법은 기업의 회계부정.주가조작 등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집단적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됐다.

이 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소액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배상 판결을 받을 경우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도 별도의 재판 없이 똑같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송 제기를 위해서는 피해집단 구성원이 50명 이상이고, 해당 회사가 발행한 유가증권 총수의 1만분의 1(0.0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상장.등록기업 중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기업은 내년부터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지만 2조원 미만 기업은 2007년부터 적용받는다. 단 주가조작.내부자거래의 경우에는 모든 기업이 내년부터 소송 대상이 된다.

기존의 대표소송제와 달리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분식회계.부실감사.허위공시.내부자거래 등 소송 대상범위가 훨씬 넓고 불법행위 입증이 좀더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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