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면 끝 '반칙 혈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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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어는 주둥아리에 낚싯바늘이 반쯤 꿰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후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두번째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전반 25분 최전방 공격수 앙리마저 우루과이 미드필더 로메로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하다 퇴장당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프랑스는 경기 초반부터 거칠게 우루과이를 몰아붙이며 투지를 보였다'예술'보다는 '현실'이 더 중요했다.

전반 10분 미드필더 비에라가 우루과이 가르시아에게 둔탁하게 몸을 부딪쳤고 쓰러진 가르시아는 1분 가까이 일어나지 못했다.

우루과이 최전방 공격수 다리오 실바는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실바에게 가해진 대부분의 몸싸움이 모두 고의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서너차례 보디체크를 당한 실바는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거칠게 나오기는 우루과이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에만 가르시아아브레우로메로 등 세명이 경고를 받았다.

가장 볼썽사나웠던 장면은 전광판 시계가 45분에 멈춰서 인저리 타임이 적용되던 46분쯤 절뚝거리던 실바가 갚아야 할 빚이 생각났다는 듯 공을 보고 달려가던 프랑스 비에라의 왼쪽 무릎에 발을 갖다댔다. 비에라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들것에 실려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야 했다?실바는 후반 2분에도 프랑스 수비수 리자라쥐에게 거친 태클을 걸다 결국 경고를 받았다.

각각1패씩을 안고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두팀의 대결은 흥미로운 빅매치였다.

경기 당사자들에게는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경기가 벌어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8천여 축구팬들은 아트사커의 화려함과 우루과이의 자유분방함이 만나 엮어내는 오묘한 축구의 세계를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부산=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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