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없는 화려함 가라" 브라질 실리축구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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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조고보니토(예술축구)'의 종말. 그러나 브라질은 명예를 버리고 조별리그 최대의 난적 터키를 꺾는 실리를 얻었다.

브라질의 공격적인 축구에 열광하던 세계 축구팬들은 3일 터키전에서 브라질의 변신에 아쉬워해야만 했다. 네 명의 수비수만을 후방에 두고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던 브라질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날 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플레이는 차라리 유럽 축구를 연상케 했다.

간간이 개인기를 선보이며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지만 공격력이 강한 미드필더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수비라인까지 내려왔고 히바우두마저 때때로 수비를 도왔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77명의 선수들이 총동원되고, 네명의 감독이 들락날락했지만 6패를 당하며 간신히 월드컵 본선에 올랐던 브라질의 고육책이었다.

"브라질의 축구 전통을 저버렸다"는 비난 속에서도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개인 돌파로 시간을 끌기보다 패스하라. 그리고 서슴없이 반칙으로 상대 공격을 끊어라"는 주문을 계속해 왔다. 전에 없이 대표팀을 일찍 소집해 한달이 넘는 훈련도 마다않고 조직력과 정신력을 연마시켰다.

스콜라리 감독은 잦은 경질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관철시켰고, 결국 모래알 같은 조직력을 보이던 팀을 변모시켰다. 그러나 승부사 스콜라리 감독의 뚝심이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할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울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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