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전역 "또 스웨덴 벽…" 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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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드컵 대회 개막 사흘째인 2일, 승리한 나라 국민의 열광과 패배한 나라 국민의 탄식이 교차하면서 지구촌이 온통 피버노바(월드컵 공인 축구공)의 열기에 휩싸였다.

○…2일 펼쳐진 잉글랜드-스웨덴전은 경기 시작 다섯시간 전부터 관중이 몰려들면서 취재진도 5백여명에 달해 '2002 월드컵의 최대 빅게임 중 하나'란 세평을 입증.

베컴·오언 등 잉글랜드 스타들에게 관심이 많은 일본 관중은 잉글랜드 응원석에 대거 자리를 잡고 잉글랜드 선수들이 입장할 때마다 뜨거운 환호. 특히 부상으로 출장 여부가 불투명했던 베컴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내자 관중의 환성은 절정에 달했다.

○…이날 잉글랜드에서는 전국의 1만여 펍(선술집)이 손님들의 중계시청을 위해 아침 일찍 문을 연 가운데 교회가 예배를 오후로 연기하는 등 '축구종가'다운 월드컵 열기를 과시. 영국 법원이 월드컵 기간 중엔 오전 11시부터인 펍 개점 시각을 오전 7시부터로 앞당기는 것을 허용함에 따라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팬들은 잉글랜드가 지난 34년간 한번도 이기지 못한 숙적 스웨덴을 무너뜨릴 것을 기원하며 TV에 눈과 귀를 고정.

팬들은 마침 영국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전날(1일) 시작된 만큼 잉글랜드팀이 여왕에게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 기대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으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징크스를 또 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훌리건이 대거 입국한다는 소문에 초긴장했던 일본 경찰은 2일 오후 잉글랜드가 출전한 첫 경기가 큰 사고 없이 끝나자 안도의 한숨. 이날 경기가 열린 도쿄 인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경관 7천명이 배치돼 여성 입장객의 핸드백까지 뒤지는 등 철통경비를 폈고 주변 상점들이 일제히 철시해 '훌리건 공포'가 극에 달한 모습.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잉글랜드 응원팀 수천명은 형형색색의 보디페인팅과 장신구 차림으로 흥겨운 응원을 펼쳤을 뿐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홍콩에선 월드컵을 이용한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는 반면 연일 만원사례를 자랑하던 경마장은 월드컵에 손님을 빼앗겨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일 전했다. 홍콩 경찰은 1일 밤 휴대전화로 내기에 참여하라고 시민들을 유혹해 판돈 2천만 홍콩달러(약 32억원)를 모은 불법 도박 조직원 6명을 체포했다. 2천만 홍콩달러는 지난해 홍콩경찰이 적발한 축구도박 금액의 80%에 달한다.

한편 사틴(沙田)에 있는 경마장엔 1일 관객이 절반으로 줄고 수입도 20% 이상 줄어들자 특별상금을 내걸고 T셔츠를 무료 배부하는 등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4일 중국 대 코스타리카전이 열릴 광주에서 파룬궁(法輪功)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홍콩의 동방일보(東方日報)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4일이 천안문 사태 13주년이 되는 날인 데다 광주가 한국 민주화운동의 성지(聖地)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시위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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