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울산 : 민노당,제도권 진입 元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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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13 지방선거를 맞는 민주노동당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에 차 있다. 사상 처음으로 민노당 간판을 단 광역·기초단체장을 배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선은 비단 민노당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 진보정당의 해묵은 숙원이기도 하다.

민노당은 울산에서 광역시장과, 기초단체장 선거구 5곳 중 4곳에 후보를 공천했다. 민주당보다 강세다. 민주당은 시장은 고사하고 기초단체장 후보도 두곳밖에 내지 못했다.

시장과 함께 민노당이 공을 들이는 곳은 기초의 동구와 북구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있는 곳이다. 동구청장에 나선 이갑용(甲用)후보는 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 2000년 총선에서 사용주인 정몽준(鄭夢準)의원에게 패배했다. 당시 후보는 35%의 지지를 얻었다. 후보는 "2만여명의 현대중공업 조합원과 60만명의 민노총 조합원을 이끈 경험이 나의 지지기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구에선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象範)후보가 나섰다. 이상범 후보 진영에선 "북구에만 자동차 노조원이 1만1천명이 산다. 우리가 우세하다"고 말한다. 두 후보가 각각 중학교 졸업(이갑용), 중학교 중퇴(이상범)의 학력이다.

민노당 송주석 울산시지부 사무처장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텔리보다는 진짜 노동자 출신 구청장을 뽑아보자는 열망이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공천을 따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내부 분열도 전에 비해 가라앉았다는 주장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시장후보 공천을 따낸 송철호(宋哲鎬)후보에 대해 최근 일각에서 불법 경선 논란이 제기됐으나 크게 번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당 관계자는 "4·13 총선 때 분열로 인해 결국 원내 진출 꿈이 좌절됐다는 상실감이 상당했다"며 "이번 문제는 그냥 잠복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역이건 기초건 민노당이 자치단체장을 배출할 경우 우리의 진보정당사는 새로 써야 하게 된다. 민노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기대에 들뜬 모습이면서도 혹시 지역감정의 바람이 불어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초조한 기색 역시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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