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식 레스토랑 '달' 곡선의 아름다움 독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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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인도 레스토랑 '달'.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 있다. 장소가 지닌 특성을 잘 살려 편안함과 보는 즐거움을 함께 주는 것이 훌륭한 인테리어라고 한다면, '달'은 이의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경복궁 옆 골목 화랑가에 위치한 '달'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성순씨가 벨기에의 아르누보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에게서 영감을 받아 인테리어를 했다. 인도풍의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복도 좌우로 놓인 봄베이 핑크(오렌지색과 핑크색이 섞인 듯한 컬러)색 소파가 벽에 걸린 검정색 테두리의 곡선형 거울과 대조를 이뤄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르누보 건축에서는 원래 빨강과 검정의 색채 조합을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달'또한 이러한 컬러 배합의 원칙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원래의 아르누보가 강렬함과 진보를 상징하는데 비해 '달'은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것은 자연을 대하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의 전통적 예술에 반발해 1890년대 일어난 아르누보는 기존의 직선적인 건축양식에서 탈피해 유기적이고 유연한 곡선을 통한 장식성에 주목했다. 꽃과 식물의 줄기, 담쟁이 넝쿨 등 자연에서 모티브를 빌어 보다 곡선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도 잘 아는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대표적인 아르누보 건축가다.

사실 한국인들은 한옥의 아름다운 선에다 전통 문양과 장식의 섬세함에 일찍부터 익숙하기 때문에 서양에서 일어난 아르누보라는 예술 사조(思潮)가 그다지 새롭거나 특이하지 않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아르누보와 다른 '달'의 아르누보는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만이 아니라, 건축이 자연과 어우러지며 조화하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달'의 백미는 식사를 하면서 문득 올려다본 창 너머로 보이는 한옥 담자락과 그 위로 뻗어 오르는 살아있는 나무들과의 조화다. 아트선재센터의 웹 페이지(www.artsonje.org)에는 빅토르 오르타가 건축한 호텔 '타셀'(TASSEL)을 모티브로 했다고 적고 있지만, 나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적 아르누보 스타일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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