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권영세 국회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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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시절 그는 ‘가장 공부 안 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검사 시절엔 ‘가장 검사에 안 어울리는 검사’였다. 딸로부터 “왜 욕먹는 직업을 쫓아가느냐”란 말을 들으며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3선 의원이 됐다. 전형적이지 않은 듯 전형적인 삶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이젠 “이건 팔자”라고 느낀단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얘기다. 당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지냈다. 서울시당 위원장이다가 6·2 지방선거 이후 물러났다. 근래엔 독일 보수당인 옛 서독 기독민주당(CDU)의 동방정책을 다룬 영서를 번역 중이다. 우리로 치면 한나라당의 ‘햇볕정책’ 격이어서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치렁치렁한 바지는 사양

슬림핏의 정장을 선호한다. 제일모직의 ‘갤럭시’를 오랫동안 입어왔다. 양복을 산 뒤 늘 피팅한다. 바지 길이는 구두를 살짝 덮는 정도로 조정한다. “치렁치렁한 바지는 질색”이다. 힐튼호텔에 있는 맞춤셔츠 전문점 ‘림스 테일러’의 20년 단골이다. 적당히 구김이 가면서도 촉감이 좋고 번들거리지 않는, 한마디로 좋은 원단을 쓰기 때문이다. 품질이 가격(6만∼7만원대)을 능가한다고 여긴다. 주인장이 종종 ‘선심’을 쓴다.

편한 구두에 애착

넥타이는 푸른색 계열로 고른다. 지금 매고 있는 건 1년 반 전 뉴욕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가 산 거다. 70% 세일 제품이란 말에 선뜻 지갑을 열었다. 이후 지인들로부터 “정말 좋은 넥타이”란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 ‘스테파노 리치’인데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품 브랜드란다. ①커프스 버튼은 잊지 않는 편이다. 1991년 결혼 때 장모가 “서로 아끼고 잘 살아라”며 건넨 걸 애용한다. 구두는 미국 보스턴 유학 시절에 처음 접한 ‘알든(Alden)’을 최고로 여긴다. 이탈리아 명품구두와 달리 발이 편하고 디자인이 튀지 않아서다. 말가죽 중 가장 치밀하다는 ‘코도반’으로 만든다고 한다.

가제트 매니어

PC 발전사의 산증인이다. 85년 워드프로세서부터 구입, 286·386·486시대를 거쳤다. 안전기획부(옛 국가정보원) 파견 검사 시절, 우겨서 개인 노트북PC를 들고 다녔던 이력이 있다. ②우연히 애플을 알게 된 뒤 애플 매니어가 됐다. 데스크톱인 ‘아이맥’과 노트북인 ‘맥북 에어’, 외장하드인 ‘타임캡슐’을 소유했다. MP3플레이어인 ‘아이팟’도 두 종류를 가지고 있다. 의당 ‘아이폰’ 유저다. 하지만 ‘아이패드’에 대해선 좀 유보적인 입장이다. LCD화면이어서 들여다보다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아마존의 ‘킨들’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가끔 용산 전자상가에서 신상품을 둘러보는 게 낙이다. 집사람이 도통 관심이 없어서 혼자 갈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③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두상을 가까이 둔다. 정치 입문 직전인 2000년 미국 JFK기념관에서 “나도 뭔가 돼야겠다”는 마음에 구입했다. 언젠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서 좀 더 큰 사이즈의 두상을 발견했다. 선물 받은 것이란 말을 들었다. 불현듯 든 생각은 이랬다. “누구는 사고 누구는 선물 받고 참….”  

글=고정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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