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스웨덴식 육아휴직에서 저출산 해법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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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스웨덴 아빠들은 열 명 중 여덟 이상이 육아 휴직을 쓴다. 평균 석 달 정도지만 여섯 달 넘게 쓰는 이도 10% 가까이 된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원래 자녀 양육에 열심이었던 건 아니다. 1974년 아빠들도 육아 휴직을 갈 수 있게 제도를 도입했지만 신청자 수는 극히 미미했다. 그러다 95년 휴직기간 13개월 중 한 달은 반드시 아빠가 써야 육아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게 기폭제가 됐다. 사회적 반향이 크자 2002년 아빠 몫을 두 달로 늘렸다.

스웨덴의 파격적 실험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계기였다. 여성 인력 활용이 해법으로 떠올랐지만 자녀 양육이 걸림돌이 됐다. 가정에서부터 남녀가 양육의 부담을 동등하게 지도록 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판단해 정부가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스웨덴은 출산율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선진국 중 월등히 높은 축에 속한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유럽 각국이 스웨덴을 벤치마킹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2007년 14개월의 육아 휴직 중 두 달을 아빠가 쓰도록 의무화했다. 이후 3%에 불과하던 이용률이 20%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역시 스웨덴식 해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성에게만 양육의 짐을 지우는 가정·사회의 구조가 저출산의 최대 요인이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출산장려금 등으로 20조원이나 쏟아부었어도 출산율이 되레 떨어진 건 이 점을 등한시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 휴직자도 꾸준히 늘고 있긴 하다. 지난해 502명으로 전년 대비 25%나 급증했다. 하지만 아직 소수일 뿐이다.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의 짐을 나눠지게 해야 출산율이 올라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인 여성의 사회 참여도 늘어난다. 그러자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다. 저출산·고령화 탓에 당장 2년 뒤부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급락한다는 게 최근 OECD의 경고다. 출산율과 여성 활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웨덴을 참고하자.